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으로,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전투부터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이르는 1년의 역사를 그린다.
영화는 24일 개봉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첫날 38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고, 전형적인 액션 영화나 감동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안중근 의사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그의 고뇌와 방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다. 신아산 전투에서는 돌과 칼을 들고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을 그리며, 독립군의 투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극사실적인 전투 장면을 통해, 그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민호 감독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는 슈퍼맨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 우리와 동떨어진 영웅처럼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영화는 안중근을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존재로 그리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영상미에서도 큰 강점을 보인다. 안중근이 단지동맹 동지들과 함께 폭약을 구하기 위해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안중근이 두만강에서 겪는 추위와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장면에서는 그가 경험한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장면은 몽골 홉스골 호수에서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촬영되었고, 배우 현빈은 "체력보다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영화였다. 마지막 촬영 후, 안중근이 처형되는 장면을 끝내고 나선 오열했다"고 밝혔다. 이런 물리적, 정신적인 고통을 몸소 체험한 배우들의 열정이 영화에 진지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러나 영화적 재미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안중근 의사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 탓에, 그의 내적 갈등이나 방황에 대한 묘사는 있지만,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는 부족하다. 밀정이 있다는 설정은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는 소재였으나, 그로 인한 복선이나 치밀한 구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독립군 내부의 갈등을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고, 그로 인해 관객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비슷한 소재의 영화인 ‘암살’(2015)이나 ‘밀정’(2016)과 비교했을 때, 상업 영화로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영화계에서는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2와의 경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정치적 상황과 리더십을 다룬 영화의 주제와 맞물려 흥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에 관한 특별전을 진행 중이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안중근 바람’이 일고 있는 상황이 영화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하얼빈’이 영화의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도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