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기획자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부 사령관이 체포한 요인들을 백령도로 보내는 과정에서 사살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경찰이 의심하고 있다고 국민일보가 24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선 '백령도 작전'이라는 단어가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수첩에는 정치인, 종교인, 판사 등 주요 인사들을 ‘수거대상’으로 분류하고, ‘사살’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백령도 작전이 체포한 인사들을 백령도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살하는 계획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매체에 따르면 특수단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총 16명의 수거대상 명단과 함께 '백령도 작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수첩에는 북한 등 불상의 공격으로 배가 폭발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백령도 작전이 체포된 요인들을 체포 후 이동 중에 제거하는 계획일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는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약 10여㎞ 떨어져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수사 당국은 노 전 사령관이 이곳을 군사적 위장 작전의 중심지로 삼아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수거 대상 인사들을 사살하려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고 확인했다. 우 본부장은 수첩에 ‘사살’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느냐는 질의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수첩에 등장한 수거대상 명단에는 전·현직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2020년 검찰 재직 당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수차례 충돌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니가 눈에 뵈는 게 없냐”는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적힌 내용이 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의 기록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첩에는 단편적인 단어와 문구들이 적혀 있어서 맥락을 잘못 해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적인 아이디어로도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요인들을 제거하려 한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면 크나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령 발동 전후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긴밀히 접촉하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계엄령 발동 이틀 전과 당일 경기 지역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회합을 갖고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노 전 사령관은 자신의 사조직인 ‘수사 2단’을 약 60명 규모로 구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이날 노 전 사령관을 내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