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수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전문)

2024-12-24 15:57

“그는 자신의 계엄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르지만...”

가수 하림 / 하림 인스타그램
가수 하림 / 하림 인스타그램

가수 하림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참석 소식을 전하며 계엄 실패를 ‘실패한 묻지 마 살인 예고 글’에 비유했다.

하림은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일 저녁 광화문 근처에서 노래를 하기로 했다. 성탄 전야를 맞아 추운데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노래의 온기를 전하기 위함"이라며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참석 소식을 알렸다.

하림은 "솔직히 말하면 노래를 핑계 삼아 아직 제대로 내지 못한 화를 내기 위해서"라며 계엄령 사태 당시의 충격적인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날의 기억은 한밤중 강도가 집에 급습한 것과 같았다. 사람들은 급한 대로 손에 잡히는 것을 어둠 속에서 휘두르거나 아무거나 걸쳐 입고 길로 뛰어나와야 했다"고 설명하며 계엄이 선포됐던 날인 지난 3일 밤 당시의 혼란스러움을 생생히 회고했다.

하림은 "그 일이 있은 후 뉴스는 새로운 것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고 사람들은 SNS에 그럴듯한 분석을 쏟아냈다"며 "응원봉의 물결이나 이른바 K-시위 문화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외삼촌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고 고백했다.

하림은 외삼촌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란 사실을 공개하며 "누군가는 광주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고 할지 모른다. 그(윤석열 대통령)는 자신의 계엄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사건은 나로부터 가족의 고통을 떠올리게 했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오래전 있었던 잔인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했다"고 밝혔다.

하림은 계엄령 사태를 ‘실패한 묻지 마 살인 예고 글’에 빗대며 "실체 없는 말이 만들어낸 실체 있는 공포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악령을 부르는 흑마술 같은 목소리"로 묘사하며 "저 세계에서 넘어오는 괴물이 온전히 세상에 드러나기 전에 섬광과 함께 모두 터져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영화처럼 끝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림은 음악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뮤지션으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3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진에 동참한 일이 있다. 또한 이태원 참사 추모 공연, 자살 예방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참여해왔다. 그의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 사회적 아픔과 연대를 담아내는 메시지가 돼 왔다.

하림은 대중음악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가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기타, 하모니카, 첼로 등 다수의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의 음악은 전통적인 포크와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융합해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발언 역시 그의 음악 세계와 연장선에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음악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동시에 예리한 비판을 함께 전하려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가수가 아닌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하림이 올린 글>

내일 저녁 광화문 근처에서 노래를 하기로 했다. 성탄 전야를 맞아 추운데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노래의 온기를 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노래를 핑계 삼아 아직 제대로 내지 못한 화를 내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한밤중에 강도가 집에 급습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급한 대로 손에 잡히는 것을 어둠 속에 휘두르거나 아무거나 걸쳐 입고 길로 뛰어나와야 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뉴스는 새로운것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고 사람들은 저마다 SNS에 그럴듯한 분석을 쏟아냈다. 응원봉의 물결이나 이른바 K-시위 문화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자주 5·18 피해자인 외삼촌 생각이 났다.

누군가는 광주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계엄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사건은 나로부터 가족의 고통을 떠올리게 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래전 있었던 잔인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실패한 묻지 마 살인 예고 글과도 같다. 실체 없는 말이 만들어내는 실체 있는 공포. 먼 세계에서 악령을 불러내는 흑마술처럼 괴물들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나는 저 세계에서 넘어오는 괴물의 모습이 온전히 세상에 드러나기 전에 섬광과 함께 모두 터져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영화처럼 끝나기를 바란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