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암 유발하는 탄 음식들... 그렇다면 '누룽지'도 위험할까

2024-12-24 14:42

벤조피렌,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등 발암물질 탄 음식서 주로 발견
탄 음식처럼 보이는 누룽지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이유는...

누룽지 / 뉴스1
누룽지 / 뉴스1
탄 음식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랜 기간 동안 연구와 논의를 거쳐 제기돼 왔다. 과학자들은 고온 조리 과정에서 특정 발암 물질이 생성되며, 이러한 물질이 인체에 들어오면 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탄 음식에서 주로 발견되는 벤조피렌(Benzo[a]pyrene),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eterocyclic Amines, HCAs), 그리고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 같은 화합물은 발암성이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벤조피렌은 고기를 직접 불에 굽거나 기름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데, 간에서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DNA를 손상시켜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HCAs는 단백질이 고온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킬 때 생성되며, 주로 고기의 표면이 타거나 까맣게 변했을 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PAHs는 고기뿐 아니라 훈제 음식이나 탄 생선에서도 발견되는데, 연기가 음식에 닿으며 흡착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탄 음식이 암과 관련된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숯불구이 고기가 있다. 숯불에서 조리된 고기는 높은 온도와 직접적인 불길로 인해 벤조피렌과 PAHs가 다량 생성된다. 특히 기름이 떨어지며 발생하는 연기는 고기 표면에 발암 물질을 흡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탄 생선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생선을 구울 때 표면이 검게 타면 HCAs와 PAHs가 형성되며, 특히 생선의 지방이 고온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암 물질 농도가 증가한다. 튀긴 감자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감자를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 가능성을 경고한 물질이다.

훈제 음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햄, 소시지 등 훈제 과정을 거친 가공육은 연기를 통해 PAHs를 포함할 가능성이 크며, 장기간 섭취 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보고서는 베이컨과 햄 등 이른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 픽사베이
세계보건기구(WHO)는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보고서는 베이컨과 햄 등 이른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 픽사베이

마지막으로, 빵을 과도하게 구워 겉이 검게 탄 경우에도 아크릴아마이드와 PAHs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발암 물질의 특징은 대부분 고온 조리와 직접적인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누룽지는 이러한 탄 음식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누룽지는 밥이 팬에 눌러붙어 생기는 것으로,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반응은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에 해당한다.

마이야르 반응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고온에서 만나 갈색 색소와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이는 주로 120~180℃에서 발생한다. 이 반응은 탄 음식에서 발견되는 벤조피렌이나 PAHs와 같은 발암 물질을 생성하지 않는다. 누룽지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더라도 이는 단순히 탄수화물의 갈변 현상이다. 발암 위험과는 관련이 없다.

물론 누룽지도 고온에서 조리되면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소량 생성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발암 물질로 작용하기엔 그 농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누룽지는 불에 직접적으로 닿거나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리되기에 발암 물질의 생성 가능성이 극히 낮다. 이는 숯불구이 고기나 훈제 음식과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누룽지는 단순히 밥을 눌려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되며, 고온으로 장시간 가열하지 않는 이상 탄 음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누룽지는 일반적으로 발암 물질 생성 위험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해서 누룽지를 무제한으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조리 과정에서 온도를 과도하게 높이거나 조리 시간을 지나치게 길게 가져가면 누룽지조차 탄 음식처럼 발암 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누룽지를 조리할 때는 적절한 열을 사용하고, 색이 검게 변하지 않을 정도로 조리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의 전통 음식인 누룽지는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으로 사랑받아 왔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도 안전한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결론적으로, 탄 음식이 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조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정 발암 물질에 있다. 숯불구이 고기, 탄 생선, 튀긴 감자, 훈제 음식, 탄 빵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러한 음식은 고온 조리와 연소 과정에서 발암 물질이 생성되기 쉽다. 반면 누룽지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며, 발암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 조리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안전한 음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누룽지조차 과도하게 태우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니, 적절한 조리 방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