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이라고 하면 흔히 술을 많이 마셔 걸리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 건강을 위협받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그리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과다 축적되는 질환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과음으로 발생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과음 외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염증 징후가 동반된 지방간염은 일부에서 만성 간염, 간경변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급격히 간 기능이 나빠지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발생 원인에는 건강기능식품의 과다 복용과 식습관은 물론 비만, 당뇨 등 대사성질환의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에서도 운동 부족과 노화로 인한 근감소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진단하려면 음주력을 배제하고, 간염표지자검사로 바이러스성간염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약물, 한약재, 건강기능식품의 무분별한 사용 여부를 문진해야 한다. 간 기능 기복이 심하면 자가면역 감염이나 윌슨병 같은 다른 대사성간질환은 아닌지도 감별해야 한다.
진단 시에는 기본적으로 복부초음파를 시행한다. 이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고 섬유화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확진을 위해 간 생검(조직을 약간 잘라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것)을 시행할 수 있지만, 이는 침습적 방법이기 때문에 다른 간질환을 배제하기 힘들 때만 시행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되면 빨리 관리에 나서야 한다.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지만, 원인질환을 치료하고 체중 조절로 개선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소화기내과 황성규 과장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방치하면 간경변과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어 진단 후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 후 첫 번째로 살펴야 할 것은 식습관이다. 특히 단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과당은 간에서 대사되며 다른 조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과당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이를 지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활성화돼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 정제 당분은 과다섭취 시 간에서 중성지방 합성이 늘어나고, 액상과당 역시 계속 간에 머물러 지방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황성규 과장은 "체중을 줄이더라도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며 "운동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최대 심박수의 50~70%를 30~60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권장했다.
하지만 급격한 체중감량은 경계해야 한다. 일주일에 0.5~1kg 이하로 점차 감량해야 하며, 식사량을 줄이더라도 하루 적정량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 섭취를 줄이면 지방과 함께 근육도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도 과다복용하면 안 된다. 건강기능식품에 농축된 성분들은 간의 해독과정을 거쳐 흡수되는데, 이 성분들이 다른 영양소보다 과해지면 간에 부담이 커져 손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