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아온 도봉구에서 제초작업하던 아빠, 벌에 쏘여 식물인간 됐습니다"

2024-12-24 09:37

은퇴 후 재취업했다고 기뻐했던 아빠

서울시 도봉구청에서 기간제근로자로 일하던 아빠가 일터에서 사고가 나 식물인간이 됐다.

지난 20일 머니투데이 63세 A씨 사연을 보도했다.

A씨는 은퇴 후에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도봉구청 기간제근로자 채용에 합격했다. 그가 평생 살아온 곳에서 지난 2월부터 12월까지 산불과 산사태를 예방하는 일을 하게 됐다.

그런데 A씨는 현재 병원에 있다. 그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 한다.

지난 7월 11일 A씨는 산사태 예방의 일환이라며 도봉구청 공원여가과 자연생태팀 주무관으로부터 '제초 작업' 지시를 받고 도봉구 생태터널 인근 녹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이날 오후 3시 14분쯤 A씨는 풀을 제거하다 수풀 사이 벌집에서 나온 벌떼로부터 머리를 쏘였다.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벌 쏘임 이후 아나팔락시스 쇼크로 인해 기도가 막힌 상태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특정 물질을 극소량만 접촉하더라도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다. 반응은 즉시 나타나며, 곧바로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회복되지만 시간이 지연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주로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나 해열진통제, 백신, 달걀, 땅콩, 해산물, 과일을 포함한 음식에 의해 일어나거나, 벌에 쏘이거나 곤충에 물렸을 때 일어날 수 있다. 과민 반응 물질에 접촉한 직후부터 대부분 1시간 안에 기침, 흉통, 입과 손발에 저린 감각, 빈맥, 소양증을 동반한 발진, 구토, 호흡 곤란, 저혈압 등이 나타난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에피네프린이다. 휴대용 에피네프린이 있으면 먼저 허벅지에 자가 주사한 뒤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앞선 해리스의 상황이 그런 경우다. 에피네프린 외에도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혈압 상승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또 다른 동료 기간제 근로자가 A씨를 발견했을 때 그는 "벌, 벌, 벌"하며 손가락을 네 개 들었다. 몸을 떨고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Rodriguez Brancovich-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Rodriguez Brancovich-shutterstock.com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원에선 '심정지로 인해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의학적으로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제초작업을 할 때 벌에 쏘이는 사고는 종종 일어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예초기 작업에 관한 기술 지침'에서 '독충 물림, 충돌, 전도 등 사고 발생 시 팔, 다리 등 작업자 신체를 보호할 안전 보호복'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라고 했다. 관련 안전 교육도 실시하라고 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낸 추석 예초기 사고 주의 관련 보도자료에도 "안면보호구, 보안경이 필수"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도봉구청 측은 제초시 돌이나 식물 뿌리가 튈 때 막을 보호구는 지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 쏘임 등을 막을 보호장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A씨가 계약한 산불·산사태 예방 일자리 공고에 나온 주요 업무는 '산불 예방 및 진화 활동, 연소 물질 제거 활동, 산사태 취약지역 등의 예방 순찰 및 조치, 주민대피 등 안전조치' 등이 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기타 관계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지시한 제반 업무'가 포함돼 있어, 업무 범위가 애매모호했다.

A씨의 치료비는 한 달에 750만 원 정도 나온다. 도봉구청은 A씨 가족 측에 먼저 합의를 제안하면서 위로금 1억 원에 내년과 후년까지 치료비를 주겠다고 했다. 가족은 거부했다.

도봉구청 측은 사고 직후엔 사과와 지속적인 치료비 지급을 약속했으나, 지난 10월 가족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선 "과실이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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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가족은 도봉구청장, 공원여가과 과장, 자연생태팀 주무관 등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상 등으로 도봉경찰서에 고발했다.

A씨 딸은 "아빠 같은 상황이 생기면 과연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을까. 저희야 자식이라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호흡기를 떼면 저희가 죽이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이런 문제들이 많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진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안 일어나게, 안전하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빠가 재취업했을 때) 자부심이 크셨었어요. 가족들에게도, 아빠 스스로에게도요. 여전히 한 사람의 몫을 한단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셨어요. 친구들에게도 그러셨대요. '내가 자식들 다 결혼시킬 때까지 일해서 도움이 좀 되고 완전히 은퇴하면 정말 걱정이 없겠다'고요. 기분 좋다고, 평생 이리 행복한 적이 없다고요"라고 전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