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술자리가 잦아지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들은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해장국과 김치찌개를 찾으며, 해장 음식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들 음식이 의학적으로는 과음 후 최적의 해장 음식이 아닐 수 있다.
◈뜨겁고 매운 음식, 불난 데 기름 붓는 격
뜨겁고 매운 김치찌개는 알코올로 손상된 위 점막에 자극을 주며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 되어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해장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라면은 남아 있는 알코올을 해독하려는 간에 합성조미료와 식품첨가물 같은 추가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해장이 아니라 간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이처럼 해장 음식이 왜 '풀리는 느낌'만 주고 실제로 위와 간에 부담을 주는지, 과음 후에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소화기관을 보호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해장이란, 알코올 후 회복의 비밀은?
음주 후 해장은 알코올로 위축된 위장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술을 마시면 위장은 위산 과다와 알코올 대사산물로 인해 산성화되며 속쓰림을 유발한다. 해장 음식은 이 위산을 중화하고, 음식물 섭취로 위장의 운동을 활성화해 불편한 증상을 완화한다. 또한 음식물이 들어오면 위·식도 괄약근 압력이 정상화돼 구토감이 줄어들고, 몸이 따뜻해지며 땀이 나면서 속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해장을 제대로 하려면? 체내 부담을 최소화하는 음식 골라야
과음 후 해장은 위와 간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면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 대신 자극이 적고 영양소가 풍부한 알칼리성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미역과 해조류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두부나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은 소화 부담을 줄인다. 반면, 자장면이나 기름진 음식은 소화가 느리고 간의 해독 작용을 방해하므로 해장 음식으로 적합하지 않다. 합성 조미료나 첨가물이 없는 자연 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꿀물은 차갑게, 점심에는 따뜻한 음식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는 당과 수분이 필요하다. 술을 마신 뒤 저혈당과 탈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아침에는 꿀물, 식혜, 과일주스, 이온 음료 등으로 당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음료는 차갑게 마셔야 위 점막을 진정시킬 수 있다. 차가운 음료는 알코올로 자극받은 위 점막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이후 점심에는 따뜻한 음식을 섭취해 소화기관의 활동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장은 위와 간만 생각하기 쉽지만, 대장도 신경 써야 한다. 술의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대장의 점막에 특히 취약하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장 점막 세포 사이의 결합을 약화해 유해 세균이나 독소가 장 점막을 통해 몸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 유산균 발효유 등을 섭취하면 대장 건강을 개선하고 독소 제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해장은 위와 간뿐만 아니라 대장을 포함한 전체 소화기관의 건강을 돌보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