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특정 효소를 억제하면 비만과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몬트리올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엔도카나비노이드 분자를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대마초 추출 항정신성 물질인 카나비노이드가 체내에서 천연 생성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물질은 식욕과 신체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몬트리올대 의대의 스테파니 풀턴 교수 연구진은 수년간 인간 신경계와 신진대사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연구진은 엔도카나비노이드가 풍부한 뇌의 흑질핵을 조절하면 생쥐의 체중 증가를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2016년, 몬트리올대의 마르크 프랑트키 교수 연구진은 효소의 일종인 ABHD6를 억제하면 체중이 감소하고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BHD6 효소는 엔도카나비노이드의 주요 분자인 2-아라키도노일글리세롤(2-AG)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풀턴 교수 연구진은 ABHD6 효소가 뇌에서 식욕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ABHD6를 억제하면 2-AG 수치가 증가해 음식 섭취가 자극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생쥐의 음식 섭취 동기가 줄어들고 신체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비만하고 무기력한 대조군 생쥐와 달리, ABHD6를 억제한 생쥐는 회전바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연구진은 ABHD6 억제제를 쥐의 뇌에 주입해 체중 증가와 비만을 완전히 막을 수 있었다.
뇌의 특정 신경 경로를 표적으로 삼아 체중을 조절하는 능력은 과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표적 부위에 따라 ABHD6를 억제하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2016년 연구에서는 특정 시상하부 신경세포에서 ABHD6를 차단하면 쥐의 체중 감소에 저항력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뇌 전체에서 ABHD6를 억제하면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면서도 체중 증가를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풀턴 교수는 "ABHD6를 억제한 쥐는 불안과 우울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체중 감량 약물이 우울증과 자살 경향 등의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점을 고려할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풀턴 교수팀의 연구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과 같은 대사 장애를 퇴치하는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현재 ABHD6를 억제할 약물 후보물질을 조사 중이며, 생쥐에서 발생한 메커니즘이 인간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