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가 잦아지며 많은 이들이 숙취를 걱정하고 있다. 숙취가 생기면 다음 날 몸 상태가 좋디 않은 것은 물론이고 업무 효율도 나빠진다. 숙취 같은 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사실 숙취는 우리 몸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술을 마신 후 숙취가 심해지는 이유는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이기 때문이다.
숙취는 술이 몸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이 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으면 신경계와 위장관을 자극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높여 세포 DNA를 손상시킨다. 특히 간세포를 공격해 간경변이나 지방간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린다 겡 박사팀은 코로나19를 앓은 후 만성 피로 증후군이 심해진 사람들의 알코올 민감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모두 숙취가 극심해졌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기저질환이 없던 남성 A씨는 만성 피로 증후군이 심해진 이후 소량의 술만 마셔도 며칠간 두통을 겪을 정도로 숙취가 심해졌다.
연구팀은 혈뇌장벽 약화와 장내 미생물군 변화로 알코올 흡수도가 올라가면서 숙취가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연구팀도 만성피로증후군 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 65~80%가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이 나타난 이후 숙취가 심해져 자발적으로 음주 소비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암에 걸렸을 때도 숙취가 심해진다. 뉴질랜드의 20대 여성 포피 베글리는 심한 숙취로 고생하다가 정밀 검사를 받아본 결과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암 진단을 받았다. 베글리는 술을 두 잔 정도 마시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취하기 시작했고, 서너 잔 정도 마시면 몸이 아파왔다고 말했다.
숙취가 심할 때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촉진하기 위해 수면, 수분, 당분 세 가지가 중요하다. 수분과 당분이 충분해야 알코올 분해 대사 과정이 저해되지 않는다.
약학 정보원이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혈중 당류와 수분이 부족하면 숙취가 유발된다. 수면으로 몸에 충분히 대사할 시간을 부여할 수 있다.
숙취가 심한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최선이다. 꼭 가야 하는 술자리라면 최대한 낮은 도수의 술을 소량만 마신다.
숙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음주 중 물을 많이 마시고, 안주를 충분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음주 전후에 숙취해소제를 먹거나, 간에 좋은 비타민 C, 밀크씨슬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주 중 금연하는 것도 숙취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