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레오가 경기 중 상대 선수와의 신경전 끝에 악수를 거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 두 선수 간의 감정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현대캐피탈이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초반, 뜨거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스코어 1-2 상황에서 현대캐피탈 최민호가 속공에 성공한 직후, 우리카드의 알리가 네트 쪽으로 돌진하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이 급히 코트로 들어와 알리를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소란이 커졌다. 주심은 결국 양 팀의 레오와 알리에게 각각 레드카드를 꺼내 들며 1점씩 감점 조치를 내렸다.
신경전의 원인은 경기 전반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3세트에서 알리가 맹활약하며 우리카드가 25-19로 세트를 가져가자 알리는 화려한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현대캐피탈이 네터치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실패하자, 알리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상대를 자극한 장면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레오는 "알리가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처럼 느껴졌다"며 "우리 팀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알리의 도발로 인해 자극받은 레오는 신경전을 통해 우리카드의 기세를 꺾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레오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현대캐피탈은 4세트를 25-20으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3대1로 경기를 마무리, 7연승과 함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 팀 내 최다인 17득점을 퍼부었고 레오가 15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반면 우리카드는 김지한과 알리가 각각 19득점, 18득점으로 활약했으나 양 팀의 균형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신경전은 경기 종료 후까지 이어졌다. 양 팀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던 순간, 레오는 알리 앞에서 몸을 돌리며 악수를 거부했다. 이를 지켜본 알리는 불쾌한 표정으로 레오를 노려봤다. 이후 레오는 파에스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으나,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파에스 감독은 경기 후 "레오는 노련한 선수지만, 이런 도발은 불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알리에게도 이런 상황에 말려들지 말고 성숙한 태도를 가지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레오는 도발 없이도 충분히 잘하는 선수다"라며 레오의 행동을 아쉬워했다.
반면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날 신경전에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블랑 감독은 "두 선수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선수들 모두에게 가라앉히라고 했다. 배구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레드카드가 나왔으나 모두가 이기고 싶어 하는 열망이 보였다"고 했다.
한편, 다음 경기에서 다시 만날 레오와 알리의 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선수의 신경전이 이번으로 끝날지, 아니면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