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까지 날린 키움…2년간 7차례 주전급↔지명권 트레이드, 원클럽맨 증발

2024-12-20 12:17

고형욱 키움 단장 “리빌딩 과정에서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다”

키움 히어로즈가 팀의 대표 불펜 투수 조상우를 내보내며 다시 한번 미래를 위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의 조상우  / 뉴스1
키움 히어로즈 시절의 조상우 / 뉴스1

지난 19일 키움은 KIA 타이거즈로부터 2026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 원을 받고 조상우를 보내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조상우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해 히어로즈의 불펜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1홀드와 19홀드를 기록하며 한현희, 손승락과 함께 막강한 필승조를 구축했다.

키움은 올해 시즌 중부터 조상우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았다. 당시 KIA는 시즌 도중 그를 영입하려 했지만 카드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필승조 장현식의 이탈로 불펜 공백이 생긴 KIA가 다시 접근해 이번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리빌딩 과정에서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내년은 어려운 시즌이 될 수 있겠지만, 좋은 선수들을 모아놓은 만큼 기회를 줄 필요가 있었다”고 트레이드 이유를 설명했다.

KIA의 조상우 영입에 대해 야구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조상우가 KIA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평했다.

이 위원은 “장현식의 공백으로 KIA 불펜이 조금 약해질 뻔했는데 그 부분을 조상우가 완전히 메웠다”며 “조상우도 키움에서는 홀로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았는데 KIA는 좋은 투수들이 많으니 그런 부담감도 많이 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SPOTV 해설위원도 “조상우가 시즌 막판에는 구속도 많이 올라오고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KIA가 잘 잡았다. 보강을 잘했다. 조상우도 KIA 팀 분위기 속에서 더 힘을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우는 ‘목동 시대’ 히어로즈의 영광을 함께했던 마지막 주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구단 운영과 리빌딩의 필요성 속에서 결국 키움을 떠나게 됐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 목동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다크호스에서 강자로 도약했던 2010년대 초중반, 키움은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등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타선과 조상우, 손승락 등이 이끄는 막강한 불펜으로 리그 강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키움은 이들을 노쇠화 내지는 자금력 확보를 위해 포스팅, FA(자유계약선수), 방출 등으로 차례차례 내보냈고, 결국 이들 중에서 키움 유니폼을 입고 은퇴를 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로 인해 팬들이 바라는 팀의 정서적 지지기반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키움은 최근 몇 년간 유망주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명권 트레이드를 진행해왔다. 2022년 4월 KIA에 포수 박동원을 넘겨주면서 내야수 김태진, 현금 10억 원, 2023년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김동헌)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해 11월에는 다시 한번 KIA에 주효상을 내주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이재상)을 받았다.

2023년 4월에는 삼성 라이온즈에 투수 김태훈을 내주고 내야수 이원석과 2024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이우현)을 받았다. 7월에는 LG 트윈스에 투수 최원태를 내주면서 외야수 이주형, 투수 김동규와 함께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전준표)을 가져왔다.

올해 1월엔 사인앤드트레이드로 FA 이지영을 SSG에 넘기고 현금 2억 5000만 원과 2025년 3라운드 지명권(박정훈)을 받아왔다. 5월 내야수 김휘집을 NC 다이노스에 내주고 2025년 1라운드(김서준)와 3라운드 지명권(여동욱)를 가져왔고 이번 조상우 트레이드로 2026년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까지 챙겼다

키움은 2026년 복귀 예정인 에이스 안우진을 중심으로 한 리빌딩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우승을 10번 넘게 한다고 해도 ‘히어로즈’ 역사에 원클럽맨, 그리고 영구결번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없는 듯 하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