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와 장갑차로 계엄 반대 시위를 진압하려 했던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인 3일 밤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임무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던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 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육군 제2기갑여단 구삼회 여단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동아일보가 19일 단독 보도했다.
구 여단장은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수개월 전부터 계엄을 설계한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정보사 사무실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구 여단장에게 “김 장관이 국방부 TF 임무를 줄 테니 판교 정보사 사무실로 가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기갑여단은 경기 파주시에 있다. 서울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기갑부대다. 2기갑여단은 1979년 12·12쿠데타 당시 탱크 35대를 동원해 국방부와 중앙청을 점거했던 부대다. 이에 따라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계엄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되거나 정치인 체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구 여단장을 통해 기갑 전력을 투입하려 한 게 아니냔 의혹이 나온다.
매체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4시간 전쯤인 3일 오후 6시쯤 정보사 특수임무 요원 30여 명과 함께 100여단 건물에 대기하고 있을 당시 해당 건물엔 구 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 TF장(육군 준장)이 있었다. 둘은 오후 10시쯤 문상호 정보사령관 지시로 회의실에 모여 곧 계엄이 선포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으며, 그때까지는 대기실에서 TV를 보며 상황을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계엄 선포 사실을 TV로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해제가 가결된 직후인 4일 오전 1시쯤 구 여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 끝났다”며 더 이상 임무가 없다고 전달했다. 이에 따라 계엄 반대 시위가 격화할 경우 장갑차나 탱크 같은 기갑 전력을 출동시키려고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이 계획한 게 아니냔 말이 나온다.
구 여단장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몇 달 전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내게 전화해 진급 이야기를 하며 ‘김용현 장관이 네게 국방부 TF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어떤 임무인지에 대해서는 “장관님이 알려주지 않는다”며 구 여단장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장관님이 네게 조금 있으면 명령을 내릴 것이다”라는 말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