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당시 계엄군 체포명단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이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시 체포명단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부정적으로 말하던 인물들이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겨레가 18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여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명단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해당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은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문제 있다고 말하던 이들이었다고 밝혔다. 체포명단 작성에 윤 대통령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인 셈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0여 명의 위치를 추적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셋은 계엄 해제 전 국회 본회의를 준비하던 중 김 전 장관의 우선 체포 지시를 받은 인물들로 알려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여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체포 대상자 명단에 우 의장을 포함한 정치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14명의 이름을 적시했다. 이는 당시 계엄령의 정치적 목적과 체계적인 계획을 의심케 하는 정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부터 “어려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비상대권 조치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상계엄 선포 의사를 김 전 장관에게 직접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 사령관의 증언은 윤 대통령의 계엄 명령이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체계적이고 의도적으로 준비된 조치였음을 시사한다.
여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계엄 논의에 반복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엄은 전시에나 가능한 조치이며, 평시에는 불가능하다. 현재 군인들은 민간인 상대 작전을 훈련받은 적이 없고, 이런 명령이 내려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실제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여 사령관은 명령에 따랐다. 이후 윤 대통령은 여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반면 계엄 선포 직전에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