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라기엔 심하다…자는 동안 고함 지르고 발길질하는 사람, 치매 걸릴 수도

2024-12-18 10:14

국내 렘수면행동장애 유병률은 2.01%

사람은 평생의 1/3을 잠자는 데 사용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서도 불안해진다. 이때, 만약 잠을 자는 동안 고함을 지르고 발길질을 했다면 '렘수면행동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S K TU MAI-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S K TU MAI-shutterstock.com

렘수면은 수면 단계 중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단계로, 전체 수면의 20~25%를 차지한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5~7차례 렘수면을 경험하며, 보통 이때 꿈을 꾼다.

렘수면은 낮 동안의 정신활동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깨어 있는 상태다. 렘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불안감, 우울감을 겪을 수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근육 운동이 억제되지 않아 꿈속 행동을 실제로 옮기는 질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흔하다. 노인에게 많이 발생해 '노인성 잠꼬대'라고도 불린다.

비렘수면 기간에 단순 행동을 하는 몽유병과는 다르다. 렘수면행동장애는 폭력적인 꿈을 꾸며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소리를 지르거나 팔, 다리를 휘둘러 자신이나 옆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수면 관련 외상은 멍, 찰과상에서부터 드물게 골절, 뇌출혈까지 보고됐다.

정확한 발병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간의 운동마비 조절 문제가 거론된다.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치매 발병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꿈꿀 때 말하거나 팔다리를 움직인다면 뇌의 기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렘수면행동장애 유병률은 2.01%로, 50~80세 한국인 10명 중 1명(15.9%)이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병력을 청취한 후 필요하면 수면 다원화 검사를 실시한다. 수면 중 뇌파, 근육 상태, 호흡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검사다. 근전도에서 렘수면 시 근 긴장도 증가가 관찰되고 비정상적인 렘수면 이상행동이 확인된다.

완치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 경과에 따라 약물의 종류나 용량을 조절하는 유지 치료가 주를 이룬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의심 증상이 있다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세란병원의 김진희 신경과 과장은 "렘수면행동장애와 후각 기능 감퇴가 같이 나타난다면 수면 검사를 포함해 진료를 조속히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호경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를 겪으면 수면의 질이 낮고 우울감이 심할 수 있다"며 "본인뿐만 아니라 동침하는 주변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