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가 비상계엄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암살조가 떴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상당한 허구가 가미됐다"며 회의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일보가 17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김씨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사살하고 이를 북한 소행으로 위장하려 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대사관을 둔 우방국으로부터 해당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 국방위원회는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내부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방위는 ‘과거의 제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기관의 특성을 악용해 일부 확인된 사실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한 해당 문건을 김씨 폭로 다음 날인 14일 작성했다. 해당 문건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보고됐다.
김씨는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계엄군이 체포돼 이송되는 한동훈 대표를 사살하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자신에 대한 구출을 시도하다 도주하고 ▲북한산 무기를 장착한 무인기를 동원해 공격하고 ▲북한 군복을 매립한 후 북한 소행으로 발표하고 ▲암살조가 미군을 사살해 미국의 북한 폭격을 유도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검토 문건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먼저 북한산 무기를 장착한 무인기를 동원해 공격한다는 제보에 대해선 세부 내용이 부족해 판단이 어렵다면서도 무인기에 무기를 탑재한다는 주장부터 북한 무인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공격용 무인기 대부분은 자폭형이라 무기를 따로 장착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보유한 무기 탑재형 무인기는 '새별-9형'인데, 이는 전투기 수준의 대형 기체로 공작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건은 "북한 위장설을 강조하려다 설정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건은 북한 군복을 매립한 후 북한 소행으로 발표한다는 제보에 대해선 남한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이나 무장공비는 피아식별을 피하려고 민간인 복장이나 아군 복장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건은 암살조가 미군 여러 명을 사살해 미국의 북한 폭격 유도 등의 계획을 세웠다는 제보에 대해선 실제 상황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부대는 경계를 풀어 암살조 침투를 유도해야 했지만 계엄 당일 해당 부대는 두 차례나 경계 근무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계엄 당일 야간 합동 근무를 서던 미군은 단 한 명뿐이었다.
문건은 부대장이 내란 세력과 내통했더라도 부대 상황을 이 정도로 몰랐을 리 없고 부대 내 미군이 사살될 경우의 후폭풍을 감당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건은 체포돼 이송되는 한 대표를 사살하고 조국 전 대표, 양정철 전 원장과 김어준씨가 호송되는 부대를 습격해 구출을 시도하다 도주한다는 제보에 대해선 "세부 내용이 부족해 판단을 유보한다"고 언급했다.
김어준 씨는 제보 내용을 공개할 때 ‘확인되지 않은 제보’라고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