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63·사법연수원 17기) 헌법재판관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심으로 지정됐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정 재판관에게 탄핵 사건을 배당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접수된 3건의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컴퓨터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결정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제외한 5명의 재판관이 대상이었으며, 그 결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이 정 재판관에게 돌아갔다.
같은 소부에 속한 이미선 재판관도 증거조사 등 재판 진행에 참여하는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됐다. 수명 재판관이란 특정 사건의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임명된 재판관을 의미한다. 주로 탄핵 심판, 정당 해산 심판, 권한 쟁의 심판 등에서 활용되며, 재판장의 명을 받아 증거 조사와 신문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헌재는 주심 재판관이 사건의 주요 쟁점을 정리하고 재판을 주도하지만, 최종 결정은 모든 재판관이 참여하는 평의에서 다수결로 이뤄진다.
정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이 직접 지명해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지명 또는 선출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정 재판관은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대전고법원장을 거쳤다.
온화하고 점잖은 성격에 재판 진행 능력이 뛰어나며 세밀한 법리 판단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조사한 ‘2015년 법관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제는 정 재판관 처형이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란 점이다.
앞서 야당은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정 위원장을 임명 재가한 것을 두고 “탄핵 방탄 사전뇌물”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형식 재판관은 다음 헌재소장 후보로 국민의힘이 내정한 사람이고 박선영 위원장은 그의 처형”이라며 “이건 누가 보더라도 부당하다. 뇌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있고,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을 한편으로 대비하고 탄핵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양을 갖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진행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헌재의 주심 재판관은 해당 사건의 진행을 총괄하며 쟁점을 정리하고, 재판관들 간의 평의를 주도한다. 또한 평의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문의 초안을 작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헌재의 최종 결정은 모든 재판관이 참여하는 평의에서 다수결로 결정되기에, 주심 재판관의 의견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다른 재판관들도 사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최종 결론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