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맹활약에 사우샘프턴 감독이 경기 직후 잘리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최하위 사우샘프턴이 토트넘에 0-5 완패를 당한 직후 러셀 마틴(38) 감독을 곧바로 경질하기로 했다.
사우샘프턴은 16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마틴 감독과 결별하기로 했다"며 "지난 18개월 동안 경기장 안팎에서 헌신해 준 마틴 감독과 코치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구단은 후임 감독을 구할 때까지 당분간 21세 이하(U-21) 팀의 사이먼 러스크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우샘프턴은 이날 홈구장인 영국 사우샘프턴에 있는 세인트 매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2024-202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 경기서 0-5 충격패를 당했다.
마틴 감독은 지난해 6월 사우샘프턴의 지휘봉을 잡은 뒤, 2023-2024시즌 챔피언십에서 팀을 4위로 이끌며 EPL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후 리즈 유나이티드를 꺾고 사우샘프턴을 EPL로 복귀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EPL 무대는 사우샘프턴에게 가혹했다. 개막 후 9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며(1무 8패) 침체에 빠졌고, 10라운드에서 에버턴을 1-0으로 제압하며 간신히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6경기에서도 1무 5패라는 부진이 계속되며 성적 반등에 실패했다. 결국 마틴 감독의 거취를 결정짓게 만든 것은 토트넘과의 맞대결이었다.
토트넘전에서 사우샘프턴은 전반에만 손흥민에게 1골 2도움을 허용하며 5골을 내줬고, 홈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경기장에는 '러셀 아웃', '러셀 마틴 나가라'는 메시지가 적힌 팻말까지 등장하며 불만이 폭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구단 이사회는 토트넘전 패배 직후 마틴 감독과의 결별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마틴 감독은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은 우리가 부임한 첫날부터 훌륭했다. 그들의 좌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현대 축구와 시대적 흐름도 잘 알고 있다"며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큰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매일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말 열심히 했기에 아프지만, 이런 일도 축구의 일부이고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이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팬들의 요구대로 될 가능성에 대해 묻자 마틴 감독은 "그건 나에게 물어볼 질문이 아닌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팬들을 인간적으로 잘 모르고, 팬들 역시 나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들의 비판은 내 일에 대한 것이다. 인간적인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샘프턴은 오는 19일 오전 5시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8강전을 치른 뒤, 22일 풀럼과의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