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시은이 유산의 아픔을 담담히 전했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박시은의 강연 영상이 올라왔다.
박시은은 남편인 배우 진태현과 결혼 생활 도중 당시 스무 살이 넘었던 다비다 양을 딸로 받아들였다. 이후 부부는 임신을 위해 애쓰다가 딸을 가졌는데, 출산을 약 2주 앞두고 아기가 하늘나라로 갔다.
박시은은 "사실 2년 전쯤에 아픈 일을 겪었다. 태중에 있던 아기를 만삭에 만나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보내줘야 했다"며 "그 순간에는 정말 큰 충격과 깊은 슬픔에 빠져있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근데 내 앞에 나와 똑같은 슬픔과 충격에 빠진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본인도 참 힘들었을 텐데 나만 보면서 나만 챙기고 날 지키고 있었다"며 "나는 그 눈빛과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냐. 우리는 그렇게 서로 바라보면서 슬픔을 반으로 나누면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시은은 "대신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원망의 대상을 찾지 않기로 했다. 사실 원망은 참 쉽다. 근데 원망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까지도 원망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기와 함께했던 9개월이라는 행복했던 시간을. 난 정말 행복했다. 그 시간을 기억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모두 아시는 것처럼 슬픔에서 회복하면서 나는 러닝을 시작했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로"라고 전했다.
박시은은 "요즘 정말 행복하게 땀 흘리면서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면서 즐겁게 달리고 있다. 허니(진태현)가 잘 달린다고 자세도 너무 예쁘다고 '러닝 여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칭찬을 해준다. 옷도 사주면서 몸매도 점점 더 예뻐진다고 칭찬해 준다. 아마 내가 잠깐 뒤다가 안 뛸까 봐 그런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함께 뛰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는 어떤 선택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상의도 하고 감사도 나누면서 함께 행복하게 매일 달리고 있다. 이 모든 시간이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던 시간"이라고 했다.
한 청중이 유산 당시 심경을 물었을 땐 박시은은 "그때는 정말 나도 준비가 너무 안 된 상태에서 닥친 사고와 같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날은 그냥 기쁘게 정기 검진받으러 가는 날이었고, 언제 나와도 너무 건강하게 정말 그래프 그대로 아이가 딱 맞춰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시은은 "지금도 사실은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나는 알 수는 없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 아이가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에 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시은은 "사실 우리는 베이비샤워 대신에 '동상이몽' 통해서도 보셨겠지만 루리 샤워라고 하는 기부 카페를 했다. 그 기부카페를 통해서 (아픈)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그것만으로도 '태은이는 할 일을 다 하고 갔구나', '일단 와서 우리 부부에게 이렇게 큰 기쁨을 준 것만으로도 그 아이는 할 일을 다 했으니까 떠났구나', '가장 좋은 곳에 가 있기 때문에 그 아이가 위너다. 가장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어보였다.
박시은은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떤 기억을 선택하고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무너짐 속에서 사실은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제왕절개를 하고 나서 다음 날부터 걷기 시작했다. 걸어 다녀야 빨리 회복한다고 했다. 붙잡지 말고 걸으라고 해서 그냥 걸었다. 회복에 대해 왜 그렇게 강한 의지가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는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함께 일어나려는 의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는 '행복했던 기억을 붙잡자'. 그리고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원망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일어섰기 때문에 정말 그 시간을 둘이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