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근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보안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과장된 평가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구글의 신형 양자칩 '윌로우'(Willow) 공개 소식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한때 4% 가까이 하락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법으로 연산하는 것과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 상태를 활용해 복잡한 연산을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구글이 이번에 발표한 윌로우는 그 연산 능력에서 주목받았다. 10의 24제곱 년이 걸려야 풀릴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성능을 입증하며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발전이 암호화폐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암호화폐가 생성, 거래, 보관 과정에서 고도의 암호화 알고리즘에 의존하는데, 양자컴퓨터가 이 암호를 단시간에 풀어낼 수 있다면 시스템 전체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비트코이니스트(Bitcoinist)와 같은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 역시 양자컴퓨터의 발전이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섣부른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윌로우가 비트코인의 보안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은 기술 발전 속도를 과대평가한 것"이라며 "SHA-256 해싱 알고리즘처럼 고도로 복잡한 암호화 체계를 공격하기에는 현재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한참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번스타인은 이러한 가능성이 실현되기까지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도 뉴시스 등을 통해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가상자산 업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전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고공행진을 할 때마다 양자컴퓨터 위협설이 주목받았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윌로우가 뛰어난 성능을 보인 것은 맞지만, 비트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