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 “참담하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 헌정질서는 정치의 수단이 아니다. 역사적, 사회적, 국민적 합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해도 된다는 것이고 국민 기본권을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삼아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또 “국가적 불안정성을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 한다”며 “즉시 여야 대표 회담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오늘 대통령 담화가 또 다른 오판이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회는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약 29분간 7000여 자에 달하는 긴 연설에서 거대 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계엄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연설의 대부분을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사용하면서, 다가오는 탄핵 심판과 수사에 대비해 방어 논리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같은 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언론에 몇 분 전 임박해서야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뒤 기자들에게 "이런 담화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로 나와 담화를 녹화하고 관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인 '윤석열' 채널은 담화가 다 끝난 뒤 영상을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