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부터 계엄 선포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차례 같은 뜻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10일 특수본 소환 조사에서 '계엄의 사전 징조를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총선이 끝나고 초여름에 대통령과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시국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격해지다가 계엄 이야기를 꺼내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2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여 사령관은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함께 내란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여 사령관의 이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과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 등으로 계엄을 발동한 건 아닌지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계엄 의도를 처음으로 밝힌 식사 자리엔 김용현 경호처장(후의 국방부장관)과 여 사령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만찬 참석자 3인은 모두 충암고 선후배 동문 관계다.
여 사령관은 식사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대통령이 계엄 이야기를 꺼내자 “‘대통령님,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다. 요즘 군이 예전의 그런 군이 아닙니다’라고 만류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총선 이후 식사 자리에서 처음 계엄 이야기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설마 계엄을 정말 하겠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그때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갖고 이야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러시면 안 된다’고만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여 사령관에게 계엄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여 사령관은 특수본에 “대통령이 계엄을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고, 정말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직언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만류까지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여 사령관은 검찰에 “수개월 전부터 계엄 발언을 듣긴 했지만 실제 지난 3일 비상계엄 관련 계획을 사전에 하달받거나 선포 이후 계획을 사전 논의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모의에 참여한 적 없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