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그 자리에서 갑자기 계엄 얘기 처음 꺼내더라' 증언 나왔다

2024-12-11 16:14

총선서 국민의힘 참패한 뒤 초여름에 가진 충암파 만찬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왼쪽부터). / 뉴스1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왼쪽부터). / 뉴스1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여겨 계엄을 선포하기로 마음먹은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총선 이후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을 불러 시국 이야기와 함께 계엄을 처음 언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1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올해 초여름 윤 대통령이 시국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계엄 이야기를 꺼냈다는 진술을 여 사령관으로부터 확보했다. 여 사령관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초여름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통령이 시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계엄을 언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자리에는 나중에 국방부 장관이 된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여 사령관이 함께 있었다. 셋은 충암고 선후배 사이다. 여 사령관은 대통령이 계엄 이야기를 꺼내자 "그런 말씀은 하시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지난 4·10 총선에서 압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얻는 등 총 192석을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정권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내몰리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말이 나왔다.

여 사령관은 당시엔 대통령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단순히 우려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대 의견을 냈대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여 사령관에게 지속적으로 계엄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후 윤 대통령은 계엄을 진지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여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점점 더 진지하게 계엄을 고민하는 듯 보였다면서 그때마다 안 된다고 직언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여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후의 세부 계획이나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계엄 모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계엄 선포 때 여 사령관은 방첩사 병력을 선관위와 국회에 출동시키고 의원들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여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를 복사해 들고 나오라고 구두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여 사령관이 정치인 체포와 관련된 지시, 그리고 B1 벙커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여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단순 이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계엄령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 방첩사가 미리 준비했다면 모든 계획이 사전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