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회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있던 지난 6일 임명한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10일 취임하며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취임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의 취임식 불참,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의 출근 저지 시도, 내부 반발 등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위원회가 균형 잡힌 관점에서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취임은 진실화해위 안팎에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박 위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결정에 대한 논란에 대해 "논란일 뿐이다. 입장은 이미 SNS에 다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국가의 독립조사위원장 취임을 거부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것은 헌정 유린"이라고 주장하며 "탄핵이 부결된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취임에 반대하는 진실화해위 내부 목소리와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의 출근 저지 투쟁에 대해선 “인사를 투쟁의 목적으로 삼아 법치주의를 말살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란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내부에서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이상훈 위원이 취임식에 불참했다. 일부 위원은 연가를 내거나 소위원회 활동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박 위원장의 임명에 항의하고 있다. 송상교 사무처장은 전날 내부망에 사의를 표명하며 "박 위원장 임명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외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인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는 이날 박 위원장의 출근을 저지하려 했지만 경찰이 건물 진입을 막아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은 "독재정권의 불법 권력 행사 진상을 밝혀야 할 진실화해위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위원장이 과거 계엄령을 옹호한 이력이 있다는 점과 편향된 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그가 위원장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처형인 점도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형식 재판관은 다음 헌재소장 후보로 국민의힘이 내정한 사람이고 박 위원장은 그의 처형(부인의 언니)”이라며 “이건 누가 보더라도 부당하다. (박 위원장 임명이 정 재판관에 대한) 뇌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있고,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역사 인식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왜곡된 역사관으로 집필된 교과서에 참여한 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피해자 단체와 일부 관계자는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진실화해위 위원장으로 일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위원회가 과거 전두환의 만행을 조사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내란 수괴가 임명한 인사와 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출신이다. 18대 국회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활동했으며,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와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해왔다. 2012년에는 탈북민 대안학교 '물망초'를 설립해 이사장으로 활동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