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심하게 앓거나 독감에 걸리면 몸에서 열이 난다. 일반적으로 구강 체온이 37.8℃ 이상이거나 직장 체온이 38.2℃ 이상이면 발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분명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운데 정작 열이 나는 사람은 추위를 느끼며 몸을 떠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들어오면, 몸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체온을 올린다.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 시스템이 강화돼 바이러스와 세균을 제거하기 쉬워진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백혈구와 사이토카인,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면역 관련 물질이 증가한다. 이 물질들이 증가하면 체온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의 온도 설정점이 올라간다.
열이 날 때 추위를 느끼는 이유는 이 온도 설정점 때문이다. 평소에는 뇌가 36.5도씨를 유지하라고 명령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면 뇌가 온도 설정점을 올린다.
이로 인해 현재 체온과 주변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져 추위를 느끼게 된다. 몸이 떨리는 이유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 근육이 수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춥다고 이불을 덮는 등 체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러면 안 그래도 평소보다 높은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6세 이하 어린이는 열성 경련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적당히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며 몸을 식히는 편이 낫다. 그러나 찬물로 닦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혈관이 수축해 체온이 더 올라갈 수 있어 위험하다.
그렇다면 열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열제를 먹고 쉬는 것이 정석이지만, 열이 날 때마다 해열제를 꼭 먹을 필요는 없다. 중간 정도의 열에는 해열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체온이 38도씨를 넘거나 임신 중이라면 해열제를 복용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체온이 38도씨를 넘지 않더라도 식욕 저하나 짜증 같은 불편한 증상을 보이면 해열제를 주는 것이 좋다.
또한, 과거에 열성 경련을 겪었거나 만성 심폐 질환, 대사 질환, 신경 질환이 있는 어린이는 체온이 38도씨 이하일 때도 해열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열성 경련은 어린이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그렇게 드물지 않은 증상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경련한다 해서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 부모가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면 아이는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집에서 경련이 시작되면 먼저 평평한 곳에 아이를 눕히고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가야 한다. 경련 중에 아이가 구토를 하면 억지로 음식물이나 구토물을 제거하려 하지 말고, 아이를 옆으로 눕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
아이의 경련을 동영상으로 찍어두면 의료 상담 시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