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는 질 좋은 수면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깊은 잠을 자려면 몸속 심부 온도가 평소보다 섭씨 1~1.5도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이 추운 겨울을 이불 한 장에 의존한 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기장판을 켜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과학과 매튜 워커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심부 체온이 높게 유지되면 뇌가 수면 상태로 전환하지 못하고 얕은 잠을 반복한다고 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아무리 저온이라도 전기장판을 켜놓고 자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숙면에 방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렘수면 시 각성할 수도 있어 새벽에 깨게 될 수 있다.
몸이 잠을 유지하기 위해 체온 조절 작용을 활발히 하면서, 땀을 지속해서 흘려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전기장판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수면을 방해한다.
한양대 김윤신 교수팀에 따르면 2mG(밀리가우스, 자기장의 단위) 이상 자기장만 나와도 생체 리듬과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증가했다. 20mG 이상 자기장이 나오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이 증가했고, 수면 중 심장 박동 변이가 높게 나타났다.
환경부에서는 전자파 이용 기준이 2mG 이하인 '전자기장환경인증(EMF)'을 받은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기장판을 아예 켜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잠들기 직전 끄면 오히려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 교수는 "체온이 올라 혈관이 확장되면, 열 발산이 잘 돼 체온이 떨어지면서 빠르게 숙면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체온 변화를 막기 위해 실내 온도를 춥지 않을 정도로 조절한 뒤 전기장판을 끄고 자면 된다. 자기 전 전기장판을 켜 둘 때도 40도 이상 높은 온도로 두지 않는 게 좋다.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장판으로 인한 저온 화상은 일반 화상과 달리 바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피해가 커지곤 한다.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 이상이 표피 밑 진피층까지 손상돼 피부 이식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기장판은 전열 기구인 만큼 품질·안전 관리 또한 중요하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간 전기난로와 전기장판으로 인해 총 1403건의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다쳤다.
화재 원인으로는 기기 사용 부주의나 가연물 근접 방치 등 부주의(전기난로 57%, 전기장판 44%)가 가장 많았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 중에서도 전기난로는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물질을 가까이에 두어 화재가 자주 발생(49%, 201건)했으며 전기장판은 기기 사용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대부분을 차지(83%, 250건)했다.
특히 기기 사용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전기장판 화재는 2021년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전기장판 구매 시 KC마크와 안전인증번호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제조사 또는 판매처에서 정상적인 AS를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전기난로나 전기장판을 사용할 때는 플러그와 전선, 열선 등이 헐거워지거나 벗겨진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온으로 사용할 때는 과열에 주의하고, 외출 등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나 사용을 마친 후에는 반드시 전원을 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