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혔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입장을 선회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포함한 국정 운영을 당에 일임하겠다는 안을 수용하면서 벌어진 변화로 해석된다. 탄핵안 부결 가능성이 커진 게 아니냔 말이 나온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 조기 퇴진을 위해 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한 대표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기 퇴진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윤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대통령의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국정 운영을 당에 일임받았으며 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당 차원에서 윤 대통령 임기 단축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기 거취를 여당에 일임한 만큼 한 대표가 탄핵을 제외한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통해 조기 퇴진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대통령이 사과 담화문에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수사와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했으니 이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의 대표는 한동훈 대표이며, 모든 결정권은 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친한동훈계가 탄핵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진 게 아니냔 말이 나온다. 한 대표가 탄핵안은 부결시키되 퇴진은 추진해야 한다는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하면 탄핵안 부결 가능성이 크다.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다. 국회의원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8명 이상의 국민의힘 의원이 가세해야 가결될 수 있다. 가결의 키는 친한동훈계가 쥐고 있다.
책임총리제나 거국내각 구성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조경태 의원은 "당 대표가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일임을 받은 만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하며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의 조속한 결정을 통해 정치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야당이 탄핵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시 탄핵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며 "대통령 탈당이나 출당은 여전히 논의 가능한 주제"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 윤 대통령 탄핵안과 함께 상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특검법은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전날까지도 윤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문제 삼으며 탄핵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탄핵에 의한 직무정지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물러나는 하야를 통한 직무정지"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또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으로 국민적 분노를 달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던 상황에서 임기 단축을 통한 개헌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현재 윤 대통령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돼 있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특히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낸 사건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선거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범을 먼저 처리한 후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