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의 힘... 마을을 살리다!
한때 1만2000명이던 인구가 7000명으로 줄었다. 특단의 대책을 찾던 주민들은 느닷없이 ‘사진의 마을’을 선언하고 ‘전국에서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임을 알리기 시작했다. 40년 전 마을 소멸을 걱정하다가 '사진의 힘'으로 인구 늘리기에 성공한 일본의 도시 히가시카와 얘기다.
히가시카와는 일본 홋카이도 중부에 있는 정(우리나라 읍․면)이다. 히가시카와는 2014년에는 아예 ‘일본 사진문화의 수도’를 선언했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7000명을 밑돌던 인구는 2016년 8000명을 돌파했고, 올해 1월 기준 정착인구 수는 8588명까지 늘었다(각종 육아지원정책.최고의 주거환경 제공 정책 등을 병행했음은 물론이다.) 이 도시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극복 사례로 국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 한 장으로 관광 명소로 탈바꿈한 사례는 또 있다. 일본 가가와현 미토요시에 위치한 치치부가하마 해변이다. 거울처럼 파란 하늘이 해변에 담긴 사진 한 장으로 ‘일본의 우유니 사막’으로 불리며 현지 필수 관광지가 됐다.
이처럼 사진 한 장으로 이미지를 탈바꿈시킨 사례는 국내에도 다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정선(나전역)과 남원(서도역), 완주(소양 오성한옥마을)다.
호기심 이끌 감성사진으로 관공 명소 인식 바꾸기 첫발!
“직접 와 보니 사진보다 훨씬 멋지네요!”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으로 여행을 시작했어요.”
사진 한 장의 힘을 보여주는 말들이다. 지금은 SNS시대,‘잘 나온 사진 한 장’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시대다. 자료에 따르면 여행 떠나는 사람 67%가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특히 소비와 여행 주도권을 가진 MZ세대의 여행지 선택 트렌드 키워드는 4가지. 고급숙소와 디저트&예쁜카페, 맛집 그리고 ‘인생샷’ 포토존이다. 지역카페와 지역 고유 음식이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사진 이미지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마케팅이 젊은 관광객 끌어들이기는 물론 지역관광 경쟁력 높이기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진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라면서 “인생샷의 매력으로 여행 동기 부여, 숨은 여행지 발굴, 침체된 장소 살리는 순기능을 통한 관광객 유치 기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한다. “명소는 있으나 여행동기를 부여하는 관광 미디어 콘텐츠는 없다”며 효과적인 홍보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는 이 같은 흐름에 적극 대응 중이다.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관광객을 움직이게 하는’ 콘텐츠 제작을 통해 방문자 수를 늘리고 정읍의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그 사진 속 주인공이 나이고 싶다.”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으로 여행을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 ‘관광객의 마음을 훔치는, 관광객을 움직이게 하는’ 이미지 콘텐츠 개발에 나선 것. 지역이나 명소의 매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고리타분하고 단순한 사진을 활용한 홍보가 관광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이다.
감성 이미지 콘텐츠의 핵심은‘인물과 체험 중심의 감성 콘텐츠’다. 사진 공모전 등을 통해 수상한 사진은 멋지긴 하지만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행 수요로 직접 이어지기는 어려웠다.
이를 넘어서 '인생샷’을 원하는 MZ세대에게 작가 관점이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재밌고 신선한 콘텐츠를 제시해 ‘나도 저렇게 찍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신규 여행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연인과의 로맨틱,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웃음, 홀로 즐기는 차분한 시간 등을 정읍의 명소를 배경으로 시각화해 보는 이들의 마음과 발길을 정읍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시는 그 첫 걸음으로 지난달 초 정읍의 가을 감성을 담은 사진 촬영을 마쳤다.
장소는 전문 촬영 작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구절초 지방정원 ▲무성서원 ▲쌍화차거리 ▲김명관고택 ▲내장산문화광장 순환열차 ▲용산호 미르샘 ▲내장산(우화정, 단풍생태공원, 내장산 경내, 내장산조각공원) ▲카페(분더퓨얼)▲황토현다원 ▲엥겔베르그가 그곳들.
구절초지방정원 짚와이어에는 감성과 함께 역동성을, 김명관 고택에는 젊은 감성은 물론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여백을 담았다.
상징물만 덩그러니 담았던 쌍화차 거리, 그리고 고즈넉한 늦가을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내장산 단풍생태공원과 조각공원,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무성서원과 최근 갖춰진 내장산문화광장 순환열차와 용산호 미르샘 분수에도 정읍만의 감성이 녹아 있다. 또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는 숭고한 혁명 정신에 감성을 더했고 카페와 다원 등 민간 자원에도 정읍의 감성을 입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더했다.
시는 이들 결과물은 시 홈페이지와 SNS와 관광 관련 보도자료 자료 사진으로 활용함은 물론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국내외 여행 정보 서비스 플랫폼에도 적극 제공키로 했다. 나아가 이들 사진 콘텐츠와 맛집 투어를 연계한 관광상품(트래블 스냅 투어)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정읍 고유의 명소와 문화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로 관광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며 “특히 마음에 들면 거리와 비용에 관계없이 여행지를 찾아 나서는 젊은 층을 유치하기 위한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정읍 관광명소의 진정한 매력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감성 이미지 콘텐츠 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