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7분 만에 국회에 투입된 병력보다 많은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한 이유가 이른바 ‘부정 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보수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발동의 목적이 국회 장악 시도가 아니고 '부정 선거' 증거를 찾기 위한 선관위 털기였다며 계엄 타당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야권은 "극우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황당한 세계관"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증언과 SBS 보도에 따르면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군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곳은 국회가 아닌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였다. 국회 진입 작전이 벌어지기 1시간 전, 이미 선관위 점거 작전에 돌입한 거였다.
이날 오후 10시 30분 계엄군 선발대 10여 명이 중앙선관위에 들어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10시 23분)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계엄사령관 포고령 1호 발령 뒤인 4일 새벽 0시 30분 계엄군 110여 명이 과천 청사에 추가 투입됐고, 비슷한 시간 경기도 수원 선관위 연수원 130여 명, 서울 관악구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47명 등 모두 297명의 계엄군이 배치됐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280명)보다 많은 수다.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계엄군은 당직실 외에 정보관리국 산하 특정 부서도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관리국은 개인정보 및 선거정보 관련 데이터 서버 등을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직원들이 상주하는 곳이다.
비상계엄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5일 SBS와 메신저 인터뷰에서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에 대해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라며 이는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아닌 계엄군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강제수사하려는 의도였다는 거다.
일부 보수 유튜버 등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4월 10일 총선 등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4.10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육사 출신 장재언 박사는 지난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관위에서 사전선거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개발팀을 가진 정보관리국 중 '정보운영과'에서 총선, 대선을 관리하는 선거정보1계 과장 포함 담당자 6명의 프로그램으로 모든 의혹을 간단하게 풀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는 5일 “국정원이 작년 7월 선관위 서버를 5% 포렌식(감식)을 통해 부정선거가 과거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 기능이 대폭 축소된 국정원은 포렌식 결과에 대해 즉각 수사에 나서지 못했고, 대통령실에만 긴급 보고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검찰에 사건을 즉시 이첩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체는 검찰이 수사하기 위해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가로막았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법관과 각급 법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시도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계엄 시에는 법원의 영장 발부 없이 선관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보수 진영에서는 "계엄군 국회 진입은 계엄을 유지시키기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진짜 목적은 선관위 털기였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 발동이 명분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수 유튜버인 성창경 전 KBS 공영노조위원장은 전날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12시간 전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시점도 공교롭다"고 짚었다.
성 유튜버는 " 자파로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개표 장비를 들고 가 2020년 총선 부정 의혹 제기로 인한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를 주도해 현직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자신이 후임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계엄군은 실제 군인이 아니라 계엄군 복장을 한 IT 전문 기술가들이 선거 부정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러 들어간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야당은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진입을 최근 특검을 요구한 명태균 씨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거라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부정선거 증거를 찾으려 한 정황이 드러나자 “극우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황당한 세계관”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