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대장주 비트코인(ETC)이 역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쓴 가운데, 리플(XRP)은 한국발 정치적 리스크로 급락세를 보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5일(한국 시각)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7.34% 상승한 10만 253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10만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2조 달러를 돌파해 세계 자산 규모 순위에서 7위에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과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맞물리며 디지털 금으로 평가받는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동시간 시총 3위 암호화폐로 자리 잡았던 리플은 24시간 전보다 12.19% 급락한 2.30달러를 기록하며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이는 한국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시장의 불안이 커졌고, 비록 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됐으나 그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플이 한국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치적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일 한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리플 거래량은 40억 달러에 달하며 전체 거래량의 27%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날 리플의 가격은 2.84달러까지 상승하며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 강한 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령한 3일 이후 리플은 급락세로 전환됐다. 리플은 전날에도 9% 이상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내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돼야 리플이 다시 반등할 모멘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은 암호화폐 시장의 대조적 흐름은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비트코인이 안전 자산으로 주목받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달러 가치와 연계된 테더(USDT)의 준비금 부족 논란으로 인해 신뢰도가 하락하며 급락한 바 있다. 이때도 특정 암호화폐가 정치적, 제도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