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초밥'을 만든 나라, 일본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이 나라다

2025-01-09 15:28

초밥 종주국을 뚫은 역발상 전략

연어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연어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요즘 유통업계를 이끄는 핫 키워드 중 하나는 연어다.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의 수산물 매출 1위는 모두 연어가 찍었다. 회와 구이, 냉동, 훈제 등 다각도로 활용도가 높아 특히 젊은 고객들의 선택을 많기 때문.

연어는 초밥의 대표적인 재료이기도 한데, 한국인을 포함해 세계인이 많이 찾는 초밥 중 하나가 바로 연어초밥이다.

초밥은 일본이 기원이니 연어초밥 역시 일본이 뿌리일 것 같지만 이게 대답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연어초밥을 일본에서 처음 먹기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전통 일본 음식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한 것이 일본 사람들 역시 연어초밥을 보편적으로 섭취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일본 초밥의 등장은 7세기경 나라 시대부터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어초밥은 비교도 안 되게 짧은 1985년에 탄생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연어를 생으로 먹는 것은 일본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일본에서 초밥과 회용으로 선호되던 생선은 참치와 도미였으며, 연어는 굽거나 말려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에서 잡히는 자연산 태평양 연어에는 기생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연어초밥이나 연어회는 기생충과는 관련이 없다. 초밥이나 횟감용 연어는 모두 자연산이 아닌 양식으로 키운 대서양 연어이고 또 연어를 양식할 때 어린 연어에 일일이 기생충 예방 백신 주사를 놓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산 태평양 연어의 경우에는 기생충 감염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초밥이나 회가 아니라 반드시 조리해 먹어야 한다.

이하 연어 초밥. / SYED IBAD RM-shutterstock.com
이하 연어 초밥. / SYED IBAD RM-shutterstock.com

그런 일본에서 연어초밥이 어떻게 탄생했을까. 연어초밥은 전통 일본 음식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일본에서 멀리 떨어진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의 발명품이다. 일본 전통 초밥이 아니고 노르웨이와 일본이 합작으로 만들어 낸 퓨전 음식이다. 그리고 오리지널 아이디어의 출처는 노르웨이다.

정확히 말해 연어초밥은 세계 최대의 양식 연어 수출국인 노르웨이가 일본에 연어를 팔려고 만든 음식이다. 연어회나 연어덮밥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대규모 연어 양식에 성공한 노르웨이는 1970년대 곧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과잉 생산으로 연어 양식업자들이 줄도산 위험에 부딪히면서 연어 양식 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시장을 뚫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이 수산물 소비대국인 일본이었다.

노르웨이 당국과 연어 양식업자가 힘을 합쳐 만든 것이 ‘프로젝트 재팬(Project Japan)’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Weerawan Konkham-shutterstock.com
Weerawan Konkham-shutterstock.com

노르웨이산 대서양 양식 연어는 기생충 감염의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연어초밥과 연어회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참치회나 초밥 못지않게 맛있다는 사실을 홍보했다. 수도 도쿄 곳곳에서 연어초밥과 연어회 시식 이벤트를 열었고 노르웨이 대사관에서도 파티를 열 때는 반드시 연어 초밥이나 연어회를 파티 음식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연어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초밥용 양식 연어 수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 재팬은 무려 10년에 걸쳐 꾸준히 진행됐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노르웨이 양식 연어 수출업자들이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유통업체와 손잡고 초밥용으로만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생연어 5000톤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그 결과 일본 편의점 초밥 도시락 매장과 초밥 전문 식당에 연어초밥이 집중적으로 깔렸다.

그 결과 연어초밥은 참치초밥 다음으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초밥이 됐는데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기대 이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연어초밥의 유행이 일본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라 같은 쌀밥 문화권인 아시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과 타이완 등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유행이 아시아를 넘어 원래부터 연어를 많이 먹었던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퍼졌던 것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