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들이 짧은 시간 안에 급락했다가 다시 급등하는 등 전례 없는 가격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 혼란을 초래했다.
▣ 30% 폭락 후 급반등, 1시간 내 벌어진 드라마
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3일 오후까지 1억 3000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진 밤 10시 30분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10시 55분에는 1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10시 57분에는 8826만 6000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단 1분 만에 다시 1억원대로 회복, 자정을 넘기며 다시 1억 3000만원 수준으로 안정됐다.
이 같은 변동성은 지난 10월 15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극심한 수준으로,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도지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들도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 '김치 프리미엄' 반전… 마이너스 32%까지 벌어져
특히 국내 거래소에서만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약 -32%까지 벌어졌다. 김치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 거래소 시세보다 낮음을 의미한다. 평소 국내 거래소가 해외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이례적이다.
▣ 투자 심리 악화와 기술적 문제의 복합 작용
이날 가격 급락은 계엄 선포라는 정치적 충격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매도세를 촉발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계엄 선포로 인한 불안감이 원/달러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서 가상자산 매도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거래량 폭증으로 인한 기술적 문제도 급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거래소 앱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매수 주문이 지연되어 가격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날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은 1만 8097개로, 하루 전(5356개)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 앞으로 전망
이번 사태는 정치적 불안정이 가상자산 시장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 특유 회복력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다시 한번 체감하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외 정치적, 경제적 변수들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