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언론 '리포액트'의 허재현 기자가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 중 한 명에게 직접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허 기자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국회 앞을 찾았다가 있었던 일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 군인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 청년. 안경 너머 비치는 그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쫓아오는 저에게 한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진심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신의 인사를 받은 한 시민이자 취재 기자였다. 민주공화국의 새벽을 지켜준 당신의 한마디를 평생 기억하겠다. 부디 건강하게 군복무 마치고 건강한 청년으로 우리 사회에 돌아와 달라. 정말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허 기자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속에는 방탄조끼와 방탄 헬멧을 착용한 한 계엄 군인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장면은 허 기자가 이날 국회 앞을 찾아 직접 찍은 영상에도 담겼다. 이날 유튜브 채널 'TV허재현'에 올라온 '[현장] 계엄군, 시민에게 죄송합니다 목례 뒤 국회에서 퇴각하는 모습'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허 기자는 "국민을 위해 총을 사용해 달라. 우리 민주주의를 허물고 파괴하는 데 여러분이 들고 계신 총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 저희를 지켜 달라"라며 계엄 군인들을 따라가며 말했다.
그러던 중 한 군인이 다가와 "죄송하다"라며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과한 뒤 멀어져 가는 계엄군들을 따라 뛰어갔다. 이에 허 기자는 "아니다. 저희가 감사하다. 지켜주셔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상 전체 맥락상 퇴각하는 군인을 뒤따르며 계속 촬영하던 허 기자에게 해당 군인이 촬영을 멈춰 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께 발령한 비상계엄은 4일 오전 1시 3분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2시간 35분 만에 막을 내렸다. 법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요구를 받아들인 4일 오전 4시 30분까지 비상계엄이 5시간 32분 유지된 셈이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와중 진행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에는 모두 190명이 참석해 법적 요구(국회 재적 의원 과반 찬성 시 해제)를 충족한 가운데 출석 190명 모두 해제결의안에 찬성하며 통과시켰다.
이날 출석한 190명은 더불어민주당 154명, 국민의힘 18명,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2명,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무소속 각 1명이었다.
국민의힘에서 출석해 찬성한 의원은 곽규택, 김상욱, 김성원, 김용태, 김재섭, 김형동, 박수민, 박정하, 박정훈, 서범수, 신성범, 우재준, 장동혁, 정성국, 정연욱, 주진우, 조경태, 한지아 의원이다. 이들 중 중립 성향의 김용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친한계로 분류된다.
채상병 특검법 투표 당시 여당에서 홀로 자리를 지켰던 안철수 의원은 국회가 통제되는 바람에 제때 참석하지 못해 4일 오전 2시께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왔으나 투표는 이미 끝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