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와 주식을 중심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투자자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3일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592조 6669억 원으로, 전월 대비 약 5조 원이 감소했다. 6월 말과 비교했을 때는 무려 26조 9477억 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투자 대기성 자금이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와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낮지만 언제든 인출이 가능해 유동성이 높은 자금으로 간주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러한 감소세의 원인에 대해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과 같은 자산 시장의 활황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자금은 예적금으로 이동했지만, 상당 부분은 암호화폐 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센서타워(Sensor Tower)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앱의 다운로드 수는 약 59% 증가했으며, 일일 활성 사용자 수 역시 22% 늘었다.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은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였으며, 뒤이어 빗썸과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가 상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2일 사상 최고치인 9만 9800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을 새로운 투자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리플 등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 시장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암호화폐 시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암호화폐 투자 열풍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이 위험 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행보와 첫 재임 시절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시장을 활성화했던 선례로 인해 위험 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받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2021년 초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였던 시기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함께 암호화폐 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몰리며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6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러한 시장 과열은 암호화폐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는 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