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관심을 끌었다. 정몽규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허 전 감독의 해당 발언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허정무 전 감독은 3일 YTN 라디오 뉴스FM '이슈&피플'과 인터뷰했다.
이날 허 전 감독은 홍명보 감독 문제에 관해 말을 아꼈으나 의미심장한 얘기도 했다.
허 전 감독은 "(홍명보 감독 선임은) 현 집행부가 결정했고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나는 후보자 입장이고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내가 언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허 전 감독은 이어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중요한 시기고 홍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는 입장이다. 여기서 내가 '안 된다. 바꿔야 한다. 그냥 가야 한다. 절차를 다시 해야 한다' 등을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만 허 전 감독은 때가 되면 홍 감독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허 전 감독은 "선거가 끝나고 만약 내가 책임지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 가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축구계 일각에선 허 전 감독이 차기 축구협회장에 당선되면 조만간 홍 감독 거취 문제에 관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왔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는 다음 달 8일 치러진다. 새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 22일 정기총회부터 시작된다.
허 전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몽규 회장과 집행부를 비판했다.
허 전 감독은 "국정감사를 보면서 상당히 부끄러웠다. 축구인의 자존심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든 축구인이 매도당할 때 축구협회가 그동안 뭘 해왔는가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집행부에서는 축구인이 할 일이 별로 없다. 분명히 없다. 전문가들은 모두 소외된 상황에서 엉뚱한 행정을 펼친다면 어떻게 축구가 발전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허 전 감독은 지난 12년 동안 이어진 정몽규 회장 체제를 두고 "고인 물은 썩는다"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허 전 감독은 "고인 물은 썩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의 재임 기간 협회가 크게 발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젠 변화할 때다. 좀 더 강한 대한민국 축구, 사랑받는 한국 축구가 되기 위해 플랫폼 시스템을 통한 구체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허 전 감독은 4선 연임 행보를 본격화한 정 회장을 향해 "그만하시라"라며 직격하기도 했다.
허 전 감독은 "(정 회장 행보가) 나도 의문스럽다. 한국 축구는 점점 퇴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이 하셨는데, 언제까지 회장을 할 생각인지 한번 여쭤보고 싶다"라고 비판했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는 4선 연임에 도전한 정몽규 회장, 허정무 전 감독, 신문선 전 명지대 교수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