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1대가 29일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해 군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시 53분까지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가 동해와 남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영공 침범은 없었지만 두 나라 폭격기와 전투기가 포함돼 군이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중국 군용기는 이어도 쪽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를 거쳐 독도로 향했고, 러시아 군용기는 북동쪽에서 독도를 향해 남하했다. 두 나라 군용기는 독도 남방 해상에서 일정 시간 함께 비행한 뒤 남해 제주도 남쪽을 지나 중국 난징 방향으로 돌아갔다.
우리 군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이를 식별하고 F-15와 F-16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우발상황에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 합참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할 때마다 신속히 대응하며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 공역에서 제9차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연례 협력 계획에 따라 공중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사전에 한국 측에 통보되지 않았다. 국제관례에 따르면 외국 군용 항공기가 타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할 때는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위치를 통보해야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무시한 채 연합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각국이 미식별 항적을 조기에 파악해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으로서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영공은 각국의 주권이 미치는 공간인 반면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방위를 위한 식별 목적으로 설정된 임의의 경계선이다. 따라서 영공 침범은 아니었으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중·러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무단 진입한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에도 양국은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올해 7월 30일에는 중국의 무인 정찰기 우전(WZ)-7 3대가 KADIZ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런 반복적인 무단 진입 행위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에도 안보 우려를 증폭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적 활동과 관련해 다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국제적 관행과 배치돼 주변국들과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9년부터 연간 1~2차례 연합훈련을 명목으로 KADIZ에 진입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사전 협의나 통보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