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술렁이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협회장 4연임 도전을 선언하자,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를 두고 "한국 축구계의 큰 불행"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허 전 감독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1월 8일로 예정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축구협회는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며 협회 운영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장벽 앞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지만, 방관자로 남을 수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013년 협회장으로 처음 선출된 이후 세 차례 연속 연임하며 축구협회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승부 조작 관련 비리 축구인 사면 시도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투명한 운영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으며 축구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를 감사했고, 정 회장에 대해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내년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정 회장이 다음 달 2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연임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3선 이상 도전을 위해서는 공정위의 승인이 필수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4연임 도전 여부는 공정위 심사 통과 여부에 달려 있다.
허 전 감독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회장의 출마 선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 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4선 도전이 아니라 문체부 감사 결과 조치 요구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축구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그 자체로 한국 축구계의 큰 불행"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공정위의 연임 심사를 통과해 출마를 확정할 경우 치열한 경선이 예상된다. 과거 정 회장은 단독 출마로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번에는 허 전 감독의 출마 선언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허 전 감독은 이를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축구협회의 혁신을 주도할 인물을 뽑아야 한다"며 축구팬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축구계 안팎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들리지만, 비겁하거나 비굴하게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공정하고 자랑스러운 축구협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덧붙이며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대한축구협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축구 팬들은 이번 선거가 한국 축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