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을 받으며 사실상 마무리됐다. 4년간 이어진 합병 절차가 종결 단계에 이른 것이다. EC는 양사 합병을 위한 모든 선결 조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하면서, 더 이상 심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 임박
앞서 EC는 지난 2월, 조건부 승인을 내렸고, 그 조건은 유럽 내 4개 중복 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사업이 매각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사로 티웨이항공을 선정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은 에어인천에 매각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EC가 제시한 선결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대한항공은 또한 EC의 최종 승인을 받은 뒤 이를 미국 법무부에 보고했으며, 미국 법무부가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합병 절차는 거의 완료된 상태로 평가됐다. 대한항공 측은 올해 안으로 모든 거래 종결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항공사의 완전한 합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회사의 조직 통합 등의 절차가 추가로 필요해, 완전한 통합까지는 약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공시 후 4년 만에 중요한 합병 단계를 마무리하게 됐다.
‘통합 대한항공’은 이제 메가 캐리어로 거듭난다. 항공기 226대를 186개 국제노선에 배치하며, 2019년 국제선 여객 운송 거리 기준으로 일본항공(JAL)을 제치고 11위에 오른다. 최근 몇 년 동안 여객기 투입을 늘린 대한항공은 최신 기종 기준으로 상위 10위에 들 가능성도 크다. 올해만 해도 보잉과 에어버스에 83대의 항공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순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합병 이후 2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이 기간에 조직문화를 통합하기 위해 인력 교류와 함께 마일리지 통합, 새로운 기업 이미지(CI) 도입 등 다양한 조정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로 전환되는 비율이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자회사로 운영되는 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유지되지만, 통합 항공사가 공식 출범하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와 합쳐진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전환 비율에 대해 “고객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협업하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도 충분히 협의해 최적의 전환 비율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운임 인상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일방적인 운임 인상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2년 공정위 시정조치에서 향후 10년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운임을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이 통합 항공사의 운임 정책에도 적용된다.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의 고용은 대한항공으로 승계되며, 양사 간 인력 교류도 이루어진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사업량이 늘어나는 만큼,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직원 수는 각각 1만 9425명과 8045명에 이른다.
브랜드 통합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7월에 도입한 보잉 787-10의 비즈니스석 좌석에 기존 청색 대신 짙은 갈색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2022년에는 특허청에 청색과 홍색이 포함된 기존 태극마크 대신 청색만으로 구성된 새로운 로고를 상표 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