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드 타임머신] “2회 만에 전격 폐지 결정…” 한국 드라마 역사 초유의 사태를 만든 '문제작'

2024-11-28 17:06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논란, 비난의 시작
청와대 국민청원과 광고 중단…방영 닷새 만에 폐지

최근 중국 당국 역사 왜곡 움직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변방' 역사로 서술하는 내용이 포함된 대학 교재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역사학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올해 3월 보급한 '중화민족 공동체 개론'은 고구려에 대한 내용을 중화민족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고구려를 '변방 정권'으로 치부하고 중국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역사적 서술이 사실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구려는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역사적 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왜곡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이 반영된 이러한 개론은 역사 교육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한국과 중국 간 역사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적극적인 대응 방안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동북공정 논란은 잊을만하면 다시 떠오르며 한국 사회에 민감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김치, 한복, 태권도 등 한국 문화를 중국 고유의 것으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움직임은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런 가운데 동북공정과 관련해 과거 뼈아픈 교훈을 남긴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에서 2021년 3월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조선구마사'. 하지만 이 작품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단 2회 만에 전격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한국 드라마 역사에 부정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문제가 됐던 장면 중 하나. 극 중 주인공 앞의 상 위에는 중화권에서 추석에 만들어 먹는 과자인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새알을 삭혀 먹는 중국 음식) 등이 올라와 있다.
문제가 됐던 장면 중 하나. 극 중 주인공 앞의 상 위에는 중화권에서 추석에 만들어 먹는 과자인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새알을 삭혀 먹는 중국 음식) 등이 올라와 있다.

▣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논란, 비난의 시작

'조선구마사'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태종과 충녕대군, 양녕대군 등 실존 인물이 악령과 맞서 싸우는 판타지 사극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조선의 충녕대군이 중국식 만두, 삭힌 오리알(피단), 월병 등을 외국인 사제에게 대접하는 장면은 중국의 동북공정 주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도 태종이 악령과 손잡아 조선을 건국하고,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인물로 묘사된 점 그리고 조선 음식과 기방을 중국식으로 표현한 부분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드라마 기획 의도에서 내세운 "역사적 사실과 상상의 조화"라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었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 청와대 국민청원과 광고 중단…방영 닷새 만에 폐지

첫 방송 이후 '조선구마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은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으며,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국의 지상파 허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작 지원과 광고를 맡은 기업들도 연이어 발을 뺐다. 주요 광고주들은 여론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제작 협찬을 철회하며 드라마 존속 가능성에 치명타를 가했다. 결국 SBS는 당시 공식 입장을 통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계약을 해지하고, 모든 방송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SBS는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한 상황에서 폐지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크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 책임감을 느껴 방송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제작사 역시 이미 촬영된 80% 분량을 폐기하고,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와 계약도 해지하며 모든 제작을 중단했다.

'조선구마사' 포스터. / SBS 제공
'조선구마사' 포스터. / SBS 제공

후폭풍…드라마 업계와 콘텐츠 제작 위기

'조선구마사' 폐지 이후 드라마 업계는 사극 제작 위험성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특히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작가 박계옥은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을 겪은 바 있었으며, 과거 영화 '천군'에서도 이순신 장군을 밀수꾼으로 묘사해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박 작가와 '조선구마사' 제작진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한 사극 대신, 전적으로 허구에 기반한 작품을 기획하거나 아예 사극 제작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극 제작 리스크는 '조선구마사' 사태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조선구마사' 실패는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드라마 제작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사건으로 남게 됐다. / SBS 제공
'조선구마사' 실패는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드라마 제작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사건으로 남게 됐다. / SBS 제공

중국 자본 논란과 PPL 문제

'조선구마사' 조기 종영, 폐지 사건은 단순한 역사 왜곡 문제를 넘어, 한국 콘텐츠 제작에서 중국 자본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조선구마사' 뿐만 아니라 드라마 '여신강림'과 '빈센조'에서도 중국 제품이 PPL로 등장하며 논란을 빚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본을 활용하더라도, 역사 왜곡 및 동북공정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상 초유의 사태, 그리고 남겨진 교훈

'조선구마사'는 방영 후 닷새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한국 드라마 역사에 부정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이 사건은 역사적 민감성과 문화적 자부심이 콘텐츠 제작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조선구마사' 실패는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드라마 제작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사건으로 남게 됐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