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가 이번엔 금속 채굴 금지법을 폐지하고 금 채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대가를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는 금속 채굴을 전면 금지한 세계 유일의 국가"라며 "하나님이 주신 이 부를 국민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사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은 금 채굴을 재개하면 엘살바도르 국민에게 전례 없는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엘살바도르는 2017년 환경 파괴와 수자원 오염을 이유로 금속 채굴을 전면 금지한 세계 최초의 국가였다. 금속 채굴은 지하수 오염과 산림 훼손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유발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다.
이웃 국가인 코스타리카도 2002년 노천광산 채굴을 금지했으며, 온두라스는 2022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채굴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금 채굴 금지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의회 역시 부켈레 대통령의 여당이 장악하고 있어 법안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금 채굴이 재개되면 엘살바도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환경단체들은 "녹색 채굴은 허구에 불과하다. 금속 채굴은 지역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환경단체는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 오염과 중금속 노출로 인한 신장 질환, 호흡기 질환, 백혈병 등의 위험을 경고했다.
또한, 현재 엘살바도르에 매장된 금의 양이 명확하지 않아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과거에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는 2021년 9월 엘살바도르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국가로 만든 인물이다.
당시 그는 디지털 경제 혁신과 송금 수수료 절약 등의 장점을 내세웠지만,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가능성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컸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법정화폐 채택 후 1년 만에 반토막 나면서 국민의 반발도 거셌다. 그럼에도 부켈레 대통령은 "싸게 살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추가 매수를 감행했고,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며 그의 뚝심이 통한 듯 보였다.
최근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은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