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임차시장에서 2년 계약의 전월세가 아닌 일주일 단위로 짧게 빌리는 단기 임대가 급증하고 있다. 수십억대의 고가아파트까지 단기 임대가 성행하면서 '워너비 아파트'를 꿈꾸는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9일 부동산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주 단위로 임차료를 내는 부동산 단기 임대 거래액 규모는 약 300억원이었다.
2021년에 6억원 수준이었던 부동산 단기 임대는 2022년 50억원으로 1년 만에 8배 이상 커지더니 지난해에는 260억원까지 늘었다. 삼삼엠투에 등록된 단기 임대 누적 매물 수도 2021년 1260건에서 2023년 1만5000건으로 2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단기 임대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넘어 서울 강남 3구의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아파트들까지 단기 임대 매물로 등록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삼삼엠투의 서울 강남에서 등록된 단기 임대 매물을 높은 가격순으로 검색한 결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20m²가 가장 비쌌다.
임대료는 1주일에 무려 990만원이며, 장기계약을 할수록 임대료가 할인되는 형태였다. 해당 매물은 리모델링이 완료된 세대로 방 2개, 화장실 2개에 가구와 가전 등이 모두 갖춰진 이른바 ‘풀옵션’이다.
서초구에서는 서초동에 위치한 ‘서초그랑자이’ 전용 115m²가 가장 비싼 매물로, 일주일 임대료가 890만원이었다. 서초그랑자이는 2021년 6월에 입주한 신축 아파트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침대 등 기본적인 가전과 가구가 장착된 단지다.
이밖에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59m²도 일주일 단기 임대료가 180만원으로 책정돼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다.
주택 임차시장에서 단기 임대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는 우선 계약 기간의 유연함을 들 수 있다.
계약기간이 2년인 전월세와 달리 단기 임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할 수 있기에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 살 수 있다. 보증금이 없거나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재택근무,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장소에 제약없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근무 형태), 한달살기 등과 같은 트렌드의 확산 역시 단기 임대에 대한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의 경우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고가인 경우가 많은데, 단기 임대를 통해 ‘워너비 아파트’를 짧게나마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20m²의 최근 매매 실거래가는 지난 6월 거래된 34억원(37층)이었으며, 전세는 지난 8월 15억7500만원(39층)에 갱신된 바 있다.
임대인들도 단기 임대를 반기는 눈치다. 공실 해결과 함께 높게 책정되는 임대료 탓이다.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20m²의 8월 전세 실거래가가 15억7000만원이고, 같은 달 한국부동산원의 강남구 전월세 전환율이 4.7% 점을 고려하면 이 주택의 월세는 615만원 정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현재 이 단지의 1주일 임대료는 990만원이니 월세 비용의 6.4배나 더 비싼 것이다.
주택 단기 임대시장이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임차인의 경우 단기 임대는 전월세와 비교해 보호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단기 임대 계약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적용되지도 않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임대료를 다 지불했다 하더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단기 임대를 놓을 경우 잦은 계약과 그에 따른 플랫폼 수수료를 매번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또한 잦은 임차인 변경으로 인테리어의 훼손이나 민원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