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최대 순간풍속 초속 39m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닥치며 곳곳에서 나무가 쓰러지고 낙석 사고가 발생했다. 태풍급 위력의 바람이 강원 전역에 피해를 남기면서 긴급 구조 요청이 이어졌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미시령에서 기록된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39.3m에 달했다. 설악산 초속 34.3m, 삼척 초속 22.8m, 정선 북평 초속 22.4m, 양양 초속 20.5m, 정선 신동 초속 19.5m를 기록했다.
초속 20m 이상의 바람은 사람이 제자리에 서 있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가지며, 비닐하우스와 같은 경량 구조물이 쉽게 파괴될 수 있다. 초속 30m가 되면 나무가 부러지거나 신호등과 전신주가 넘어지고, 초속 40m를 넘어가면 건물의 지붕이 뜯겨 나가거나 달리는 기차가 탈선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다. 이를 감안하면 초속 39.3m의 미시령 강풍은 사실상 태풍급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지닌 셈이다.
초속 39m의 바람은 1초 동안 39m를 이동할 정도의 속도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140km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그 충격력은 단순한 강풍을 넘어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강풍은 대형 트럭이 뒤집힐 수 있는 수준으로 항공기 이착륙에도 심각한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나무와 전신주뿐만 아니라 철제 구조물까지 파손되거나 전복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강한 바람은 강원 곳곳에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이날 오후 4시 13분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에서는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긴급 안전 조치를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14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에서는 몽골 텐트가 바람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대가 출동했다. 이보다 앞선 오후 3시에는 춘천시 칠전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나무가 쓰러져 전깃줄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11시 34분에는 삼척시 미로면에서 낙석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현장 조치를 완료했다.
기상청은 강풍이 27일 새벽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산지 지역에서는 순간풍속 초속 2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평지에서도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이날 밤부터는 산지를 중심으로 강설이 시작돼, 내일 새벽부터는 내륙 지역에도 시간당 1~3cm의 강하고 무거운 눈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람에 날리거나 쓰러질 위험이 있는 현수막과 나뭇가지, 낙하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붕, 간판, 나무 등 강풍 피해가 예상되는 모든 시설물에 대한 사전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풍과 강설이 이어지며 도로 결빙 가능성도 커 교통사고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 당국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밤부터 아침 사이 운전자들에게 특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