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야구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만은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을 4-0으로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초대 대회 조별리그 탈락, 2019년 슈퍼라운드 5위에 그쳤던 대만은 이번 대회에서 첫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대만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B조에서 한국을 꺾고 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슈퍼라운드에서는 미국,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1승 2패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결승 무대에 올랐다. '(득점/공격 이닝)-(실점/수비 이닝)'으로 계산하는 TQB(Team Quality Balance)에서 일본을 근소하게 앞선 덕분이었다.
결승전에서 대만은 21세의 젊은 에이스 린여우민을 선발로 내세워 일본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당초 그는 슈퍼라운드 일본전에 선발로 예고됐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꺾으면서 대만의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결승전 선발로 교체됐다. 규정을 어긴 대만은 3000달러(약 42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린여우민의 역투는 대만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경기는 5회 초 대만의 대포가 터지며 완전히 흐름이 기울었다. 선두 타자 린자정이 도고 쇼세이로부터 우월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선취점을 기록했다. 일본이 도고를 그대로 밀고 나가는 사이 대만은 후속 타자들의 연속 출루와 전제셴의 3점 홈런으로 단숨에 4-0으로 격차를 벌렸다.
린여우민은 4이닝 무실점 투구로 일본 타선을 봉쇄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고, 이후 투입된 불펜진은 철벽 수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특히 9회말 마지막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 린카이웨이는 병살타로 경기를 끝내며 대만의 승리를 확정했다.
결승전에서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전제셴은 대회 MVP로 선정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타율 0.625, 2홈런, 6타점, 출루율 0.70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조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 야구는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초대 대회 우승, 2회 대회 준우승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일본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새로운 도전을 꾀했지만 대만에 일격을 당하며 목표했던 4강 진출조차 실패했다.
아직 21세에 불과한 린여우민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6년 WBC, 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올림픽 등에서 한국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린여우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11이닝 동안 단 2점만 내주며 호투했다.
한국 야구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유망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해결해왔다. 급성장한 대만이 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김도영을 포함한 유망주들이 병역을 해결하는 게 중요 과제지만 린여우민의 존재로 인해 이 과제를 풀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없다. 병역 미필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예술체육요원으로 분류된다.
김도영은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5경기에서 타율 0.412(17타수 7안타) 3홈런 10타점으로 맹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