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암호화폐(가상자산 ·코인) 왕국’으로 만들 채비를 마쳤다.
대선 과정에서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정책을 자주 언급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제2기 내각에 암호화폐 지지 성향의 인물들을 대거 기용하며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그의 발언과 내각 구성이 현실화하면서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인물들 가운데는 암호화폐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들이 눈에 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장관으로 지명됐고, 하워드 러트닉은 상무장관 후보로, 스콧 베센트는 재무장관 후보로 각각 발탁됐다. 이들 모두 암호화폐와 관련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과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강한 신뢰를 공유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선거자금 모금과 선거운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미 암호화폐 투자자로 잘 알려진 그는 2021년 테슬라를 통해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를 투자했고, 여전히 막대한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또한 도지코인의 열렬한 지지자로 '도지코인 아버지'를 자처하며 암호화폐를 대중화하는 데 앞장섰다. 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 정부의 예산 절감과 규제 완화를 담당할 예정으로, 이는 바이든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암호화폐 정책을 예고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내정자 역시 암호화폐의 열성적인 옹호자다. 그는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CEO로서 트럼프의 암호화폐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위해 막대한 금액을 기부했으며, 암호화폐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트럼프 캠프의 재정을 지원했다. 러트닉 당선인은 암호화폐를 혁신적인 자산으로 보고 이를 미국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후보 지명자 역시 암호화폐 지지자로 유명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암호화폐 정책에 대해 "암호화폐는 자유를 상징한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는 베센트 지명자가 인준되면 미국 화폐 정책의 중심에 디지털 자산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전향적인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를 담당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고됐다. 바이든 정부에서 강력한 규제를 주도했던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겐슬러를 강하게 비판하며 취임 첫날 그를 해고하겠다고 공언해왔다. SEC 위원장 후보로는 로빈후드의 댄 갤러거,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크리스 지안카를로, 현 SEC 위원 헤스트 피어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암호화폐를 증권이 아닌 독립적인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규제보다는 육성에 방점을 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에 암호화폐 정책만을 전담하는 직책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직책은 SEC와 CFTC 등 암호화폐를 관할하는 다양한 기관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이 규제의 장벽을 넘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이 전 세계 암호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통해 미국이 경제적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를 외면할 경우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간주하며, 암호화폐 채굴과 개발이 미국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비전이 미국이 암호화폐 중심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의 내각과 정책 방향이 앞으로 암호화폐 산업 전반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