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서 남자 친구의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 40대 여성이 방화 후 119 신고는커녕 불이 꺼질까 봐 현장을 지켜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20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42)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정신감정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살인 의도가 없었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범행 이전부터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었고 숨진 피해자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A 씨는 지난 5월 11일 오전 3시쯤 전북 군산시 한 주택에 불을 질러 30대 남친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B 씨가 자기 얼굴 등을 때리자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2019년부터 약 5년간 교제한 사이였다. A 씨는 수사기관에 “B 씨와 사귀면서 잦은 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범행 당시 불이 주택 전체로 번진 이후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고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방화 이후 현관을 나와 화재를 지켜본 이유가 뭐냐’는 수사관 질문에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라며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