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에서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관중들의 정치 구호를 문제 삼아 집단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럽축구연맹은 경기를 포기하고 퇴장한 팀에게 몰수패를 선언했다.
문제는 지난 15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4-25 UEFA 네이션스리그(UNL) 리그C 2조 코소보와 루마니아 간 경기에서 발생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 막판, 일부 루마니아 관중들이 "코소보는 세르비아"라는 정치적 구호를 외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코소보 선수단은 경기장의 안전을 이유로 철수를 결정하면서 집단 퇴장했고, 경기는 재개되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0일 코소보의 경기 중단에 책임을 물어 3-0 몰수패를 결정했다. 동시에, 루마니아에 대해선 관중 관리 소홀을 이유로 벌금 12만 8000유로(약 1억 9,000만 원)와 다음 홈 경기 무관중 개최를 명령했다. 코소보 역시 경기 포기로 인해 6000유로(약 9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번 사건은 두 나라 간의 정치적 긴장이 축구로까지 번진 사례로,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한 2008년 이후 세르비아와 그 지지국가인 루마니아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마니아는 코소보 독립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유럽 국가 중 하나다.
양국이 축구 경기에서 부딪힌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24 유로 예선과 올해 9월 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에서도 루마니아 관중들의 도발적 행동이 UEFA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번 경기 결과로 루마니아는 6승(승점 18점)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리그B 승격을 확정 지었다. 반면 코소보는 4승 2패(승점 12점)로 2위에 머물며, 리그B의 하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편 앞서 3월에는 북한이 방역상 이유로 평양에서 개최 예정이던 일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0-3 몰수패를 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