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씁쓸한 자몽 주스…'이럴 때'는 위험하니 마시면 안 된다

2024-11-19 14:34

자몽에 포함된 푸라노쿠마린이라는 성분이 인체 효소인 CYP3A4의 작용을 억제

자몽은 특유의 맛과 향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하지만 이런 자몽을 잠시 피해야 하는 때가 있다. 고혈압약을 비롯한 약물을 복용해야 할 때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자몽 주스. / New Africa-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자몽 주스. / New Africa-shutterstock.com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자몽이나 자몽 주스를 피하는 것이 좋다. 자몽이 약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몽을 한 번만 먹어도 60여 개의 의약품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자몽과 상극이다. 자몽에 포함된 퓨라노쿠마린이라는 성분이 인체 효소인 CYP3A4의 작용을 억제한다. 이 효소는 약물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CYP3A4가 대사에 관여하는 약을 먹은 사람이 자몽을 섭취하면, 약물 대사가 원활히 일어나지 않아 혈중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짙어진다. 니페디핀, 펠로디핀, 디솔디핀 등 칼슘길항제 계열의 고혈압약이 대표적이다.

자몽 주스를 마셔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난다. 칼슘길항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자몽 주스를 마시면 약물의 최고 혈중 농도가 200%에서 40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약을 정상 용량보다 2배에서 4배 더 복용하는 것과 같다.

부작용은 약물과 자몽 주스를 동시에 섭취했을 때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자몽주스를 마신 지 24시간 뒤에 약을 복용해도 혈중 약물 농도는 여전히 높게 나타나니, 칼슘길항제 계열 약물을 복용한다면 그냥 한동안 자몽주스를 피하는 편이 좋다.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자몽 주스와 혈압약을 함께 먹으면 체내 약물 농도가 세 배가량 높아지고, 지나친 저혈압 상태가 되어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미국 임상 영양 저널에 보고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 역시 자몽 주스에 든 퓨라노쿠마린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편, 약은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약 개발 과정에서의 모든 실험과 임상시험은 미지근한 물로 진행된다. 차가운 물은 위 점막의 약 성분 흡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약을 먹을 때는 물을 250~300mL가량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약이 식도에서 녹으며 식도 궤양이 생길 수 있고, 약이 잘 녹지 않아 흡수가 더뎌지며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