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 드라마 전설로 불리는 '사랑이 뭐길래'가 최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섰다. 과거 본방송으로 이 드라마를 시청했던 중장년층은 물론, 숏폼 영상을 통해 처음 접한 MZ 세대까지 매료시키며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드라마는 어떻게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최근 '사랑이 뭐길래' 명장면과 찰진 대사가 포함된 숏폼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라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들은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담아내며 웃음을 유발하거나 공감을 자아내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특히 이순재(이병호 역)와 최민수(이대발 역)가 주고받는 가부장적인 대사와 이를 맞받아치는 하희라(박지은 역)의 당찬 연기는 현재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런 장면들은 짧고 강렬하게 편집돼 MZ 세대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랑이 뭐길래'는 1991년 11월 23일~1992년 5월 31일까지 MBC에서 방영된 주말연속극이다. 총 55부작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59.6%(역대 1위)를 기록하며 대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최고 시청률은 64.9%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 드라마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초반 한국 사회 가족 구조와 가치관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엄격한 가부장적 전통을 지닌 이병호 사장(이순재)과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박창규 이사(김세윤) 가정이 사돈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부모 세대 전통적 가치관과 자식 세대 자유분방한 가치관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사랑이 뭐길래'는 김수현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유머를 담아낸 대사는 지금 들어도 신선하다.
엄격한 가부장적 아버지와 자유를 꿈꾸는 자식 세대 갈등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경험하는 주제다. 시대는 변했지만 가족 간 충돌과 화합이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에 MZ 세대가 '사랑이 뭐길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최근 MZ 세대는 90년대 문화와 감성을 담은 레트로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사랑이 뭐길래'는 90년대 특유의 촌스럽지만 정감 있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이들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숏폼 형식으로 접근성을 높였기에 쉽게 소비할 수 있다.
오늘날 드라마는 주로 빠른 전개와 화려한 영상미, 강렬한 사건 중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사랑이 뭐길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합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과 현실적인 대사가 주는 매력은 오늘날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으로, 오히려 신선함을 준다.
특히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풀어내는 방식은 이 드라마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극 중에서 벌어지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장면들은 현대 드라마보다 덜 자극적이지만,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과거 '사랑이 뭐길래'를 본방으로 즐겼던 중장년층은 이 드라마의 숏폼 영상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젊은 세대는 이런 감각적인 콘텐츠를 통해 90년대 문화와 가치를 처음 경험하고 있다.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두 세대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30년 전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가 오늘날에도 다시 주목받는 현상은 단순히 레트로 트렌드 때문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인간관계와 세대 갈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