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하형주(62)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형주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하형주는 대한민국 유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남자 유도 95㎏ 이하급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민 영웅이 됐다. 올림픽에서 하형주는 허리 부상을 딛고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연이어 물리쳤다. 8강전에서 그는 절반 두 개를 얻어 4강에 진출했으며, 4강전에서는 어려운 경기를 뒤집고 종료 직전 기술로 승리를 확정했다. 결승에서는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긴장 속에서 경기를 보던 시청자 중 일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형주는 유도계에서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1981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한국 유도 사상 첫 무제한급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같은 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20세의 나이에 동메달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1983년 범태평양선수권 금메달,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굵직한 기록을 쌓으며 한국 유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올림픽 결승에서 만났던 일본 강호를 다시 꺾으며 우승했다.
하형주는 은퇴 후에도 체육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동아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유도 선수 계순희와 함께 성화를 점화하며 남북 체육 교류의 상징적 역할을 맡았다. 또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스포츠 레전드로 선정돼 태극기 운반자로 나서며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며 체육계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앞장섰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직 임명은 하형주의 풍부한 경력과 체육계에서의 기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조성과 관리, 스포츠 산업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하형주는 스포츠 복지와 산업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됐다.
유인촌 장관은 "하형주 신임 이사장은 체육 분야의 경륜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발전과 스포츠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형주의 이번 임명은 체육계 인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 이후 유인촌 장관의 제청과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임명으로 공식화됐다.
하형주는 "스포츠 산업이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더 나은 스포츠 환경을 만들고 체육 산업의 성장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