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환자에게 장염 약 쥐어준 의사…대법원 '무죄' (+이유)

2024-11-17 15:10

병원 갔다온 다음 날 사망한 환자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준 의사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17일 대법원 1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준 셈이다.

A씨는 2016년 10월 4일 오전 복통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 B씨에게 장염약을 처방하고 귀가 조치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mtmphot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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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B씨는 다음 날 사망했다. 사인은 패혈증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패혈증이란 미생물에 감염되어 발열, 빠른 맥박, 호흡수 증가, 백혈구 수의 증가 또는 감소 등의 전신에 걸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다.

초기 증상으로는 호흡수가 빨라지고, 정신 착란 등의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혈압의 저하 및 신체 말단에 공급되는 혈액량의 저하로 인하여 피부가 시퍼렇게 보이기도 한다.

균혈증(세균이 혈액 내에 돌아다니는 증상)이 있으면 세균이 혈류를 따라 돌아다니다가 신체의 특정 부위에 자리를 잡아 그 부위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원인균에 특이적인 피부의 변화가 나타나서 패혈증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소화기 계통의 증상으로는 구역, 구토, 설사 및 장 마비 증세가 나타나고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소화기의 출혈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anop Boonpeng-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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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을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원인이 되는 장기의 감염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검진과 혈액검사, 영상 검사를 통해서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신체의 감염 부위를 찾은 후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여 감염증을 치료해야 한다.

패혈증의 원인균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균을 배양하는 검사가 필요하지만 이는 적어도 3~5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만일 환자의 상태가 위독하다면 배양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경험적인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패혈증을 치료할 때에는 환자의 혈압을 적정하게 유지시키고 신체의 각 조직에 혈액 및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신체 장기 기능의 장애나 쇼크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다.

B씨가 A씨의 병원에 갔을 때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았지만, 백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온 것 외에는 특이소견이 없었다.

B씨는 같은 날 밤 증상이 악화돼 다시 응급실을 찾았으나, 이때 다른 의사도 장염 관련 치료만 했다.

검찰은 A씨가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그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법원은 의료과실 책임을 유죄로 보고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beauty-box-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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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 등의 원인을 급성 장염으로 진단한 것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에게 패혈증 쇼크 등의 증상이 발현돼 하루 만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급격하게 악화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가 B씨를 진료했을 당시에는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패혈증을 의심할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B씨가 다시 응급실을 찾았던 4일 밤에 제대로 처치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감정서에 따르면, B씨가 다시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이미 증상이 악화된 상태였으며, 이때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