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존재한다는 '800년' 된 전설의 은행나무 (+정체)

2024-11-16 13:56

800년 역사를 품은 반계리 은행나무의 전설

단풍이 올해 유독 늦어지면서 원주 은행나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은 여름 더위가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면서 단풍이 점차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800년 시간 품은 '반계리 은행나무'의 황금빛 물결. / 뉴스1
800년 시간 품은 '반계리 은행나무'의 황금빛 물결. / 뉴스1

평년 단풍 시작일은 은행나무가 11월 1일, 단풍나무는 11월 2일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은행나무가 11월 5일, 단풍나무가 11월 7일로 단풍이 시작되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늦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단풍이 늦어진 이유는 가을 더위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월 중순을 지나면서도 시내 곳곳에서 여전히 노란빛을 자랑하는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온 변화에 따라 단풍 시기가 지연되면서, 시민들은 평소보다 늦게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역사와 전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위치한 반계리 은행나무는 그 자체로 역사를 품고 있다. 1964년 천연기념물 제234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약 800년이 넘는 나이로 추정된다. 나무의 높이는 33m, 줄기 둘레는 약 16m에 달하며, 가지는 동서로 37.5m, 남북으로 31m로 넓게 퍼져 있다. 이 나무는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강원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중요한 상징적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에 얽힌 전설도 매우 흥미롭다. 예전에 성주 이 씨의 선조가 이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한 대사가 지나가던 중 나무 옆에서 물을 마신 뒤 지팡이를 꽂았고, 그 지팡이가 자라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이 나무 속에는 흰 뱀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흰 뱀이 나무를 보호하고, 그 덕분에 은행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건강하게 자랐다고 믿어진다. 가을마다 나무가 한꺼번에 단풍이 들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믿어지기도 했다.

◆은행나무의 아름다움과 사라지는 이유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자생한다. 이 나무는 유교와 불교가 전해질 때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역사는 매우 길다. 가을에 은행나무가 노란색 단풍으로 물들 때, 그 아름다움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적고, 넓은 그늘을 제공하는 장점 덕분에 정자나무나 가로수로 자주 심어진다. 도심 속에서는 특히 그늘을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은행나무가 제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은행나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때문이다. 은행 열매에서 나오는 이 냄새는 사실 열매를 보호하는 자기 방어 메커니즘이다. 은행 열매가 동물이나 곤충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속에서 이 냄새를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아, 은행나무를 없애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도심에서 5000그루 이상의 은행나무가 베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특히 고약한 냄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심 속 은행나무는 점차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가 가지는 의미는 여전히 크다. 이 나무는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상징적인 존재이다.

이번 가을, 은행나무는 황금빛 단풍으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도심 속에서 은행나무를 보는 일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번 주말은 황금빛 단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은행나무의 단풍이 물드는 가을, 그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다.

'가을의 마지막' 알리는 반계리 은행나무. / 뉴스1
'가을의 마지막' 알리는 반계리 은행나무. / 뉴스1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